토론 벼르는 트럼프에 빌미…반사이익 사라지고 지지율 악재될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잇단 '실언'으로 민주당 등 반(反)트럼프 진영이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현재 각종 여론 조사상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지만 남은 기간 실수가 반복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한편 지지도 하락의 요인이 되는 등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7일(현지시간) "두 차례의 실수와 트럼프 대통령의 비열한 공격으로 인해 조 바이든은 6일 자신의 선거 메시지를 내지 못한 채 발언을 해명하고 공격에 대응하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언 해프닝은 11월 3일 대선 때까지 남은 몇 달 간 벌어질 일들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민망한 발언과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방, 두 후보 간 난타전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자칫 민주당이 궤도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말실수 '연타'는 전날 방송된 전국흑인기자협회(NABJ) 및 히스패닉 기자협회(NASJ)와의 화상 인터뷰 와중에 발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흑인계 미국인의 지역사회와 달리 라티노(라틴계 미국인) 지역사회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엄청나게 다양한 태도를 가진 엄청나게 다양화된 지역사회"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뒤집어 말하면 흑인사회는 다양성이 없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언급이어서다.
실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정신 건강'을 문제 삼을 때마다 자신은 받았다고 자랑하는 인지검사를 받았는지를 묻는 흑인 기자의 질문에 "받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발끈한 뒤 "그건 당신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코카인을 했는지 검사하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은 마약쟁이인가"라고 되물었다.
바이든 캠프 측은 '그러한 반응이 나올만한 얼토당토않은 질문이었다'고 반박했지만, 흑인 기자에게 '마약쟁이'냐고 묻는 것은 완전히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노망' 논란이 이미 이번 대선에서 공개적인 공격 소재가 된 마당에 관련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신건강이 온전치 못하다는 식의 프레임을 걸며 공격해왔다. 미국 나이로 트럼프 대통령은 74세, 바이든 전 부통령은 77세이다.
벌써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즉석에서 문제성 발언을 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남아 있는 TV토론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중대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오는 11월3일 선거를 앞두고 정상적인 선거 캠페인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미 전역에 생방송 되는 TV토론이 부동층의 표심을 뒤흔들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상황이다. 미 대선후보 토론회원회(CPD)가 트럼프 캠프의 '9월초 TV토론 추가' 요구를 거부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열세 반전의 모멘텀으로 삼기 위해 TV토론 무대를 벼르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현 지지율 우위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현 행정부의 대응 부실 논란, 흑인사망 시위사태 후폭풍, 경제 악화 등에 따른 반사이익 차원이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 TV토론 등에서 헛발질을 한다면 지지율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 틈을 놓칠세라 전날 밤과 이날 오전 잇따라 트위터를 올려 "바이든은 방금 흑인 지역사회 전체의 표를 잃었다.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졸린 조 바이든은 더이상 흑인들의 표를 받은 가치가 없다"며 맹공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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