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이후 봉합되지 않은 앙금, 우리베 가택연금으로 수면 위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에선 정부와 좌익 반군, 우익 민병대가 반세기 동안 치열한 내전을 벌였다.
2016년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평화협정으로 내전은 끝났지만 오랜 좌우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의 가택연금 이후 거리로 나온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모습은 풀리지 않은 콜롬비아 안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증인 매수 혐의를 받는 우리베 전 대통령은 2002∼2010년 집권 중에나 이후에나 정치적 영향력이 크고 논란도 많은 인물이다.
AP통신은 그가 영웅이자 악당이라고 말했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미움받는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친미 보수 성향의 우리베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FARC 등 좌익 반군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신의 부친도 FARC에 살해됐다고 말해왔다.
강력한 반군 소탕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했으나 우리베 전 대통령의 반대자들은 그 과정에서 군에 의한 인권유린이 만연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인권단체들은 그의 집권 시기 군이 수천 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군의 편에서 반군과 싸운 우익 민병대 역시 인권범죄와 마약범죄 등을 일삼았다.
우리베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으로 이어진 증인 매수 혐의도 그가 우익 민병대 창설에 관여했다는 의혹 제기에서 출발했다.
좌파 상원의원이 이러한 의혹을 제기한 후 우리베 전 대통령 측이 전 민병대원을 매수해 증언 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비판론자들은 정의가 실현됐다며 곧바로 가택연금 결정에 환영했으나, 지지자들은 들고 일어섰다. 지지자들은 특히 FARC 지도자는 평화협정 이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자유의 몸인데 반군과 싸운 우리베 전 대통령이 자유를 박탈당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정치권도 분열됐다.
우리베 전 대통령을 정치적 멘토로 삼고 있는 이반 두케 대통령은 계속 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법개혁 필요성까지 시사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반면 야당 소속 클라우디아 로페스 보고타 시장은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우리베의 가택연금을 환영했다.
NYT는 7일 "우리베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은 콜롬비아의 오랜 좌우 갈등을 심화시키고, 수년간 극복하려고 애썼던 극심한 정치적 투쟁으로 국민을 되돌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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