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도심서 수천명 데모…의원 5명 사퇴 발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레바논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광장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시위 참가자가 약 5천명이라고 전했다.
시위대는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정부를 겨냥해 '물러가라, 당신들은 모두 살인자'라는 팻말을 들었다.
시위 참가자 올렉산드라 알자흐란은 데일리스타와 인터뷰에서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그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감옥에 가고 기소되기를 바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에 "우리는 존엄이 있는 미래를 원한다. 우리는 폭발로 인한 희생자들의 피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돌을 던졌으며 경찰이 의회로 접근하려던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폭발 참사를 둘러싼 정부의 무능함과 정치인들의 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진 것이다.
앞서 이틀 전인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도 수백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는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레바논 당국은 항구 창고에 6년 동안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확산한 가운데 레바논 야당인 기독교계 정당 카타이브당 소속 의원 3명이 폭발 참사와 관련해 8일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카타이브당 사무총장 나자브 나자리안은 베이루트 폭발로 숨졌다.
현재까지 폭발 참사와 관련해 사퇴를 발표한 의원은 무소속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늘었다.
반정부 시위와 의원들의 사퇴 발표 등으로 레바논 정국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하산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의 한 관리는 이날 "사망자 154명 가운데 아직 25명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게다가 60여명이 아직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레바논 주재 네덜란드 대사의 부인도 폭발로 크게 다친 뒤 사망했다고 네덜란드 외무부가 밝혔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