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서비스 안정성 관련 미합의…품질저하 및 갈등 요소"
KT "넷플릭스와 법준수…시행령 따라 서비스 안정화 만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KT가 넷플릭스와 계약하며 망 사용료를 받을 근거를 넣었다고 했지만, 실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에서 망 사용료 관련 조항이 추상적 수준이고 쟁점은 덮어둔 상태로, 양측의 갈등은 물론 서비스 품질 문제까지 불거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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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복수의 통신 및 미디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KT와 넷플릭스의 계약에는 넷플릭스의 트래픽 발생에 따른 망 사용료와 관련해 세부 조건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계약 당시 망 사용료를 받는 근거가 계약에 포함됐다고 했으나, 그 '근거'가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양측이 망 사용료에 대한 구체적 합의 없이, 안정적 서비스 제공에 대해 원론적으로 합의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계약에는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별도의 캐시 서버 설치에 대한 내용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와 계약한 LG유플러스[032640]는 캐시 서버를 두고 대량의 트래픽을 소화하고 있지만, 이번 KT의 계약에서는 그런 장치마저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KT가 망 사용료를 받을 '근거'만 약속받은 채 실제 서비스 안정성과 비용 문제는 간과하고 넘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KT가 확보했다는 '근거'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넷플릭스법', 즉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실제 망 사용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이 법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자사 서비스로 발생한 과도한 트래픽이 통신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비스 안정 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필요한 조치'는 향후 정해질 시행령에 담기겠지만, 법조계에서는 사업자 간 계약사항인 망 사용료나 캐시 서버 등 내용까지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앞으로 KT와 넷플릭스 사이에 망 사용료와 캐시 서버 설치를 둘러싼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악의 경우 넷플릭스의 트래픽으로 KT 서비스 전반에 악영향이 생긴 뒤 KT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뒤늦게 캐시 서버 설치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제휴하더라도 서비스 품질 및 사업 수익성에 직결되는 문제를 대충 덮고 갈 일은 아니다"라며 "이번 선례가 앞으로 국내 미디어와 해외 콘텐츠 업계 간 마찰의 씨앗이 되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와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라는 넷플릭스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제휴에서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서비스 안정화 노력을 함께 하기로 했다"며 "정부가 현재 관련 시행령을 마련 중으로, 이에 따라 양사는 서비스 안정화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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