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라도 몸 움직이고 방 환하게 밝혀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코로나에 장마까지, 이번 여름처럼 우울한 때가 있었나 싶어요. 휴가 계획도 다 틀어졌어요. 여름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아무 데도 가질 못했어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계속되는 장마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부지역 장마가 12일로 50일째 이어지면서 이모 씨처럼 올여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중호우로 나들이나 여행 등 바깥 활동이 제한된 데에다 전국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이어져 휴가를 즐기기에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간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는 '장마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장마철 우울증은 계절성 우울증의 일종으로 일조량과 활동량이 줄어 발생한다.
일반 우울증은 개인이 평소에 갖고 있던 스트레스 요인이나 생물학적 취약성으로 생기지만 장마철 우울증은 계절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우울한 기분이 원인이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감정조절 호르몬 분비량 변화는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 흐린 날로 일조량이 줄면 뇌에서는 멜라토닌이 늘어난다.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날이 밝으면 분비량이 줄고 어두운 날에는 늘어난다. 수면을 유도하거나 진정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멜라토닌이 과다 분비되면 수면 유도 효과와 진정 작용이 커져 우울감도 커질 수 있다.
장기간 햇빛을 보지 못하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도 줄어든다. 세로토닌이 줄면 통증을 느끼는 민감도는 커진다. 장마철에 무릎이나 뼈마디에서 통증을 더 느끼거나 정서적인 우울감이 커지는 것도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는 탓이다.
장마철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는 정반대 양상으로 나타난다. 일반 우울증은 보통 식욕 저하와 불면증을 유발하는 데 반해 장마철 우울증에 걸리면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잠만 자게 된다. 이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렙틴의 분비량이 적은 탓으로 분석된다. 혹독한 외부 환경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생존본능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장마철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식생활과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 안에서라도 몸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스트레칭이나 유산소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활동량이 줄고 몸이 둔해지는 등 신체 변화가 생기면 우리 뇌는 우울감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며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 뒤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마철에 국민 9%가량이 우울감을 호소한다"며 "비가 오더라도 매일 30분씩 야외활동을 하고, 스탠드나 조명을 활용해 방을 환하게 밝히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장마철 우울증 극복 요령으로 다음 6가지를 권했다.
1. 햇빛이 나는 시간에는 꼭 밖에 나가서 산책이나 운동을 한다.
2. 기상 시간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낮잠은 자지 않는다.
3. 집안을 화사하게 꾸며 기분전환을 하거나 낮에도 불을 환하게 켜둔다.
4. 수영, 요가, 스트레칭 등 유산소 운동을 한다.
5. 술, 커피는 자제한다.
6. 혼자 있지 않고 사람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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