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로봉쇄 탓에 30명 산소 부족 사망" 주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볼리비아에서 대통령 선거 연기에 항의하는 도로 봉쇄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로 9일째를 맞는 볼리비아 시위는 노동조합원, 코카 재배농, 광부 등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층이 주도하고 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대선에서의 부정 시비로 물러난 후 후임자를 뽑는 대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두 차례에 연기되자 이에 반발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당초 지난 5월 치러질 예정이던 대통령과 의회 선거는 9월로 한 차례 미뤄졌다가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다시 10월 18일로 늦춰졌다.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불필요하게 대선을 연기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고 반발했다. 아녜스도 새 대선에 출마한 상태이며, 코로나19 이전 여론조사에선 모랄레스가 이끄는 사회주의운동(MAS) 후보가 선두였다.
모랄레스의 지지자들은 9월 대선 실시와 아녜스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3일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볼리비아 곳곳에서 돌과 나무, 폐타이어 등으로 도로를 봉쇄했다.
정부와 시위대의 협상 실패로 도로 봉쇄가 일주일을 넘기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꽉 막혀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임시 정부는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산소와 의약품 등의 수송에 큰 차질이 생겼다며, 봉쇄 시위에 따른 산소 부족으로 30명 넘게 사망했다고 주장한다고 EFE통신 등은 전했다.
정부는 전날 산소와 의료장비, 의약품, 의료 인력의 이동을 위해 군경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카렌 롱가릭 외교장관은 도로 봉쇄를 풀기 위해 유엔, 미주기구(OAS),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에도 도움을 청했다고 현지 ABI통신은 전했다.
반면 시위대는 의료품 수송을 가로막지 않고 있다며, 산소 부족은 이미 시위 전부터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볼리비아 인권 옴부즈맨은 무장한 민간인들이 시위대를 공격해 3명이 총상을 입었다고도 전했다.
이미 지난해 대선 직후 벌어진 격렬한 시위 사태와 심각해지는 코로나19로 휘청이던 볼리비아의 위기는 더 깊어지게 됐다.
인구 1천170만 명의 볼리비아엔 지금까지 9만1천635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3천71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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