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언론 사주 지미 라이 석방…지지자에 '엄지척'(종합2보)

입력 2020-08-12 11:45  

홍콩 반중언론 사주 지미 라이 석방…지지자에 '엄지척'(종합2보)
"지미 라이 자산 76억원 동결"…아그네스 차우 등도 풀려나
홍콩 경찰, 해외에 있는 민주 인사들에게도 지명 수배령


(서울·선양=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차병섭 특파원 =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성향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가 12일 새벽 보석으로 풀려났다.
AFP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상 외세 결탁 혐의로 체포됐던 지미 라이는 이날 자정이 막 지난 시점에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경찰서를 나왔다.
경찰서 앞에 모인 지지자 수십명은 빈과일보 신문을 흔들며 "빈과일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그들이 손에 쥔 빈과일보 1면에는 "빈과일보는 계속 싸우겠다"는 헤드라인이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체포 후 약 40여시간 만에 풀려난 지미 라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검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경찰서를 떠났다.
다만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미 라이는 보석금 30만 홍콩달러(약 4천589만원)에 보증금 20만 홍콩달러(약 3천60만원)의 조건으로 보석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매체 동방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미 라이의 자산 5천만 홍콩 달러(약 76억5천만원)가 동결됐다"면서 "50만 홍콩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 없어 보증금을 늘려야 했다"고 전했다.

지미 라이의 체포는 홍콩 당국의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한 구속 사례 가운데 가장 주목 받은 사건이다. 아울러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온 언론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의 신호로 읽히기도 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홍콩 경찰의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10일 오전 자택에서 라이를 체포한 데 이어, 2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최고경영자(CEO) 청킴훙, 최고재무책임자(CFO) 차우탓쿤 등을 체포했다
지미 라이는 11일 수갑을 찬 채 홍콩 내 한 요트클럽과 요트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미 라이는 홍콩 민주화시위 '우산 혁명' 전인 2014년 5월 요트에서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을 만나는 등 요트클럽을 접견 장소로 활용해왔다.

그와 같은 날 체포됐던 우산 혁명의 주역 아그네스 차우(周庭) 등도 보석 석방됐다.
아그네스 차우는 경찰서를 나온 뒤 이번 체포에 대해 "정치적 박해이자 탄압이다. 아직도 내가 왜 체포됐는지 모르겠다"면서 "(4번의 경찰 체포 경험 중) 가장 놀랐다"고 비판했다.
아그네스 차우는 보석금 2만 홍콩달러(약 306만원)과 보증금 18만 홍콩달러(약 2천754만원) 조건으로 보석됐으며, 여권도 압수당했다.
홍콩 경찰은 해외에 있는 지미 라이의 최측근 마크 시먼를 지명수배한 데 이어,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홍콩민주위원회' 주무민(朱牧民) 등 2명에 대해서도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이밖에 빈과일보 측은 경찰이 지난 10일 사옥 압수수색으로 가져간 물건들과 관련, 법원에 경찰의 접근 금지명령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미 라이의 체포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그를 '애국자'라고 칭하며 "나는 홍콩의 가혹한 국가보안법에 따라 지미 라이가 체포됐다는 보도에 심히 우려스럽다"며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추가 증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미 라이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의 창업주이기도 하다. 1994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李鵬) 총리를 비판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우산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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