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만선의 꿈'을 안고 위용 드러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입력 2020-08-12 15:02  

[르포] '만선의 꿈'을 안고 위용 드러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축구장 4개 크기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언론에 공개


(거제=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이 배는 20피트(약 6m) 길이 컨테이너를 2만4천개까지 실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턱을 한참 쳐들어야 갑판위에 매달린 구명정이 보였다.
갑판은 축구장 4개를 합친 넓이보다도 컸고, 갑판 높이는 33m가 넘었다.
HMM[011200]은 11일 삼성중공업[010140] 거제조선소에서 마지막 공정 중인 상트페테르부르크호를 공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HMM이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발주한 2만4천TEU급 선박 12척 중 마지막이다.
9척이 투입돼 이미 7척이 만선을 기록했다. 올해 4월 투입한 1호선 알헤시라스호는 아시아 마지막 기항지에서 1만9천621TEU를 선적하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1∼3호선은 백홀(돌아오는 구간)에서도 만선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시운전과 인도 준비 등을 거쳐 다음달 중순 인도될 예정이다.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의 길이는 약 400m로 똑바로 세웠을 때 아파트 133층 높이다.
엔진룸과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가 있는 선미 쪽에서부터 선수쪽 거주구(선박 상부에 장착되는 주거 및 지휘통제시설)까지 걸어가 보니 약 5∼7분이 걸렸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조타실에서 내려다보면 선미에서부터 선수까지 펼쳐진 녹색 라싱브릿지(대형 컨테이너를 적재할 때 잡아주는 철 구조물)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래에는 컨테이너를 배 아래 쪽까지 실을 수 있도록 깊숙이 파 둔 '카고 홀드'가 보였다. 맨 아래에서 컨테이너를 9단 정도까지 쌓은 후 해치커버를 닫고 그 위에 또 8∼9단을 쌓을 수 있다. 그러면 조타실 높이까지 약 17단 정도의 컨테이너가 쌓인다.
가로로는 최대 24열까지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다.
기존 8천TEU 컨테이너선은 거주구와 엔진룸이 함께 선미에 있어서 거주구 앞쪽으로 컨테이너를 높게 쌓으면 조타실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2만4천TEU 컨테이너선은 거주구가 엔진룸과 분리돼 선수 쪽에 있다. 거주구 뒤쪽으로는 컨테이너를 끝까지 쌓을 수 있어서 적재량이 훨씬 많아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거주구 높이만 아파트 15층 정도이고 바닥에서부터 레이더 끝까지의 높이는 약 76m다. 배 바닥부터 거주구의 조타실까지는 16층이다.
배가 워낙 크다 보니 승강기도 있지만 아직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95%까지 건조한 상태다. 갑판에서부터 10층 정도를 계단으로 오르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또 한 가지 경쟁력은 스크러버다.
배는 장비를 가동할 때 황산화물이 발생하는데 스크러버는 이 때 발생한 황을 제거해주는 장치다.
세계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배 안에는 스크러버와 같은 탈황장치가 꼭 필요하게 됐다.
스크러버는 약 20m 높이의 거대한 원통 같았다. 스크러버는 총 3개가 있는데, 센터에 있는 가장 큰 스크러버가 메인엔진에서 배출된 가스의 황산화물을 제거한다.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에 구명정은 단 두 척이다. 승선 인원이 23명뿐이기 때문이다. 배의 모든 설비가 자동화되어 있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HMM의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은 우리 기술로 만든 친환경·고효율 선박이다.
HMM은 9월까지 12척 모두를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
2만4천TEU급 선박의 이름들은 유럽의 주요 항구 이름을 땄다. 유럽항로에서 잃어버린 해운업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총 12주간 부산, 닝보, 상해 등 아시아 항만과 수에즈 운하를 거쳐 로테르담, 함부르크 등 유럽 주요 항만을 기항할 예정이다.
he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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