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서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 집회…야권도 저항시위 계속
루카셴코 "야권 시위 배후 외국에 끌려가면 벨라루스 망할 것"
"재선거·자진사퇴 불가"…야권 지지자 수만 명 8일째 시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6기 집권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에는 루카셴코 지지자들이 수도 민스크 시내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의 요청으로 친정부 단체 '벨라야 루시'가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집회는 오후 1시께부터 정부 청사가 있는 민스크 시내 독립광장에서 열렸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집회에는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자 2천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직접 집회에 나와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그는 "오늘 여러분들을 부른 것은 나를 보호해달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조국과 독립을 지키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토군이 우리 문 앞에서 탱크 바퀴 소리를 내고 있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와 우리 형제국인 우크라이나도 우리에게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그들에게 끌려가면 우리 민족은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 시위의 배후에 외국 세력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우리나라를 (외국에) 넘겨주려 한다면 내가 죽은 뒤에라도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카셴코는 "선거는 유효하게 치러졌고 80% 이상의 득표율 조작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자신이 80.1%의 지지율로 당선된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그들(외국 세력)은 우리에게 새 선거를 치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가 선거를 다시 치르면 망하고 말 것이다. 외국에서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권의 퇴진 요구에 대해 "물러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러면 시위대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길 것"이라며 자진 사퇴 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30분에 걸친 연설을 마치면서 지지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지지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벨라루스 시위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국영통신 벨타는 루카셴코와 푸틴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이날 다시 통화하고 외부 간섭으로 벨라루스 상황이 악화하면 양국이 집단안보조약에 따라 공동 대응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는 전날에도 푸틴과 통화하고 옛 소련권 국가들의 안보협력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틀내에서 벨라루스의 요청 시 러시아가 즉각 안보 보장을 위한 지원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동북부 도시 비텝스크에 주둔 중인 공수부대를 폴란드와 접경한 서부 도시 그로드노로 이동 배치하도록 명령했다.
한편 대선 당일인 지난 9일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정부 주도의 부정선거와 루카셴코 대통령의 집권 연장에 항의해 날마다 대규모 저항 시위를 벌여오고 있는 야권 지지자들은 이날도 시내서 8일째 시위를 이어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스크 시내에는 오후 3시까지 약 6만명의 야권 지지자들이 모였으며, 이후로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가세하고 있다.
서부 도시 그로드노와 동남부 도시 고멜, 동서부 도시 브레스트 등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대규모 저항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지난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과 부정으로 얼룩진 대선 재실시,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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