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장마 후 늦은 무더위에 '반짝 특수' 기대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올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외식업계 주요 여름 디저트인 빙수 매출이 예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가격이 5만원을 웃도는 고가 호텔 빙수는 오히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디저트 시장도 양극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프렌차이즈가 선보인 여름 한정 빙수 상품 7∼8월 매출은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폭우를 동반한 긴 장마가 8월 중순이 돼서야 끝나 빙수 '최성수기'인 7∼8월 대부분이 궂은 날씨에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커피전문점 A사는 올해 7∼8월 빙수 제품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0%나 감소했다.
A사 관계자는 "'여름 장사' 빙수 매출이 부진해 현재로는 인스턴트 커피와 차(茶) 등 여러 가지로 구성된 추석 선물세트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커피전문점 B사 역시 장마에 시달린 이달 1∼15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B사 관계자는 "오랜 장마에 낮은 기온 등의 이유로 이달 초 빙수 매출이 다소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C사도 마찬가지로 이달 1∼15일 빙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하지만 호텔업계에선 이런 '빙수 부진'이 남의 이야기다.
서울신라호텔이 4월 말부터 판매 중인 시즌 상품 애플 망고 빙수는 5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올여름 내내 찾는 손님들이 긴 줄을 섰다. 2011년 첫 출시 이후 올해로 10년을 맞은 이 제품은 최고급 제주산 애플 망고를 사용하고자 담당자가 제주 산지를 직접 찾아 당도 테스트까지 했다.
서울신라호텔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주말에는 빙수를 팔지 않았다"며 "7월 하루 평균 판매량으로 볼 때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역시 올여름 멜론·망고 등 각종 빙수를 팔아 재미를 봤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올해 6∼8월 롯데호텔 서울과 제주는 작년 동기 대비 빙수 매출이 20% 이상, 시그니엘 서울은 같은 기간 10% 이상 각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업계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20·30대에게 최근 '호텔 문턱'이 낮아진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빙수의 주 수요층은 20·30대인데 이들은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 과거만큼 소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커피전문점 등의 매출이 줄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면 "호텔의 빙수 매출 증가는 호캉스나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영향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다만, 8월 광복절 연휴 전후로 비 소식이 그치고 뒤늦게 땡볕 더위가 찾아오면서 외식업계는 부진했던 빙수 매출이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커피전문점 파스쿠찌 관계자는 "이달 14∼16일 광복절 연휴에 빙수 매출이 1주일 전보다 약 80% 상승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