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유지하기 위한 유혈사태 원치 않아"
반란군, 총리·의회의장·고위관리들도 감금
말리, 부정부패 의혹에 수개월 정권퇴진 시위
군 요구 미공개…국제사회 "용납불가"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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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혜진 이재영 기자 = 군사 반란으로 구금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케이타 대통령은 구금소식이 전해지고 몇시간 뒤인 이날 늦은 오후 국영방송 ORTM을 통해 현 시간부로 즉각 사임한다며 정부·의회의 해산도 발표했다.
쿠데타가 시작된 수도 바마코 외곽 카티의 군 기지에 구금된 케이타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TV에 나와 괴로운 모습으로 "내 정권을 유지하고자 피가 흐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만약 오늘 군 내 특정 세력이 (사태를) 종식하고자 개입해 이것(사임)을 요구했다면 내게 선택지가 있었겠느냐"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케이타 대통령의 발표를 전하는 방송화면 하단엔 '퇴임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막이 나왔다고 전했다.
말리에선 이날 군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군은 대통령 사저를 포위하고 공중에 총을 쏘며 위협했으며 케이타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를 붙잡아 구금했다. 의회 의장인 케이타 대통령 아들과 민간 고위공무원, 군 관리들도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데타 주도자와 군의 요구사항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BBC방송은 카티 군 기지 부사령관 맬릭 디아우 대령과 다른 사령관급 인사인 사디오 카마라 장군이 쿠데타를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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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수개월 간 케이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군중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말리에서는 지난 5월 말리 헌법재판소가 집권당에 유리하게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뒤집는 판결을 내놓은 뒤 케이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분출돼왔다.
케이타 대통령은 2012년 한 차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2013년 실시된 투표로 집권했으며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에 성공했을 때도 상대편 후보가 불복하고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큰 혼란이 있었다.
말리 정부가 이슬람 급진주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또 부패도 심각해지면서 케이타 대통령의 인기는 계속 하락해왔다.
말리는 최근 몇 년간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연계 단체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쿠데타를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쿠데타에 유감을 나타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프랑스와 니제르의 요청을 수용해 19일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말리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명의로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이 나왔다.
지난 6월부터 말리의 정국 혼란을 가라앉히고자 중재자 역할을 해온 아프리카 15개국 협의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과거 말리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도 쿠데타를 강력히 비판했다.
말리는 서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상대하는 프랑스군의 거점이다.
미국도 피터 팜 미 국무부 사헬지역 특사가 트위터로 "모든 비헌법적 정권교체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쿠데타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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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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