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오중 베이징대 교수 "'눈에는 눈'식 맞대응 피해 최악 막아야"
미국 전방위 압박에도 대선까지 '냉정한 대응' 목소리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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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저명한 외교 전문가가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 사사건건 보복으로 맞서지 말고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대선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중국 때리기' 행보를 노골화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상대 공세에 휘말리지 말고 양국관계가 최악으로 악화하지 않게 상황을 냉정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자다오중(査道炯)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주 온라인 포럼에서 중국이 미국과 사사건건 치고받는 식의 보복에 나선다면 미중 디커플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그 대신에 개혁개방을 견지하며 경제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 교수는 중국의 일부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더욱 강력한 대미 보복은 더욱더 깊은 디커플링으로 이어져 중국에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 나라가 디커플링을 원한다고 다른 나라 역시 그대로 따라가 디커플링을 현실화시킨다면 그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심지어 미국이 미래에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호혜'를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 교수는 중국이 국제 기술과 표준을 충족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자국 제품이 가능한 많은 나라와 호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글로벌 산업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한 만큼 이를 막는 데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과 호환을 포기하면서 '세계 2위'라는 자부심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 교수는 베이징대 출판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이같이 발언했으며 녹취록은 최근 인터넷에 공개됐다.
중국 학계에서는 최근 자 교수의 주장처럼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점차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도 최근 SCMP에 트럼프 행정부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전을 벌이는 것이 현 상황에서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두는 등 대화의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의 거친 전방위 공세에도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영사관 폐쇄 등 미국의 여러 공세에 맞서 밀리지 않고 맞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 대부분 보복 조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 상징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화웨이(華爲)와 틱톡 등 중국의 선도 기술기업들을 겨냥한 각종 제재를 내놓음에도 중국이 자국 내 미국 기업을 상대로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최고 외교 책임자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소수 정치인'이 미중 관계를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상황을 규정하면서 관계 개선 희망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지도부는 미중 갈등을 트럼프 행정부와의 '단기 대결'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중국 공산당 중추 기구인 정치국은 지난달 30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고 "우리가 맞닥뜨린 매우 많은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으로 반드시 지구전의 각도에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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