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기름 유출 원인 함구…해양 생태계·어민 생계 위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 앞바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기름 유출이 발생해 해변에 검은 기름띠가 밀려왔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스페인어판 최근 기사 등을 종합하면 베네수엘라 카리브해 해안가에 기름 띠가 관측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다.
흰 모래와 다양한 생태계로 잘 알려진 모로코이 국립공원을 비롯한 해변이 검은 기름으로 오염됐다.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는 기름 유출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으나 유출 원인이 무엇인지, 기름이 얼마나 유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기름 유출을 통제했으며, 해양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야권이 주도하는 베네수엘라 국회는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은 채 지난 12일 기름 유출 사고의 규모와 원인, 영향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야권과 민간 연구팀은 인근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엘팔리토 정유소에서 나온 기름일 것으로 추정하고 정부에 정유소 유지보수 일정 등을 문의했다.
관련 학회와 시몬볼리바르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 결과 기름은 지난달 22일 정유소 근처 해상에서 처음 관측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바다 위에 관측된 기름 규모가 길이 5.6㎞, 너비 1.5㎞에 이르는 점으로 미뤄 유출량이 2만6천700배럴에 달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베네수엘라 생물학자 훌리아 알바레스는 "이번 유출이 생태계 등에 미친 악영향이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역 바다에 서식하는 연체동물이 기름 띠 탓에 폐사했을 수 있으며, 어업으로 먹고사는 주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고 알바레스는 전했다.
대규모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정부의 함구 탓에 국제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탄도 나왔다. 비슷한 시기 인도양 남부 모리셔스 해역에서 일본 선박이 좌초돼 기름이 유출된 것이 전 세계의 우려를 자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시몬볼리바르대 해양생물다양성센터의 에두아르도 클레인은 BBC에 "베네수엘라 해안의 기름 유출 규모는 모리셔스 바다에 유출된 양의 2배 이상일 수 있다"며 "정부의 공식 정보가 없으니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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