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조연설 장소로 민주주의 발상지 필라델피아 선택…녹화 않고 19분 라이브
전당대회 연설은 오바마에 각별 의미…2004년 스타덤 올라 4년 뒤 백악관행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목이 메었고 눈도 붉어졌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호소하며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간절함과 참담함이 교차했다. 19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날의 하이라이트나 마찬가지였던 19분의 라이브 찬조연설에서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미국독립혁명박물관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위한 연설에 나섰다.
미국 민주주의의 발상지 필라델피아에서, 그것도 독립혁명박물관을 연설 장소로 택해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에 대한 각성을 시도한 것이다.
퇴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격을 삼가며 민주당에서 원성마저 들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감당할 능력도 없고 실제로도 실패에 이르렀음을 가차 없이 맹폭했다.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며 인기를 얻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력을 겨냥,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 취급해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급급하다고도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자질과 인격을 내세우는 대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가져다 썼다.
대통령을 비롯해 법 위에 아무도 없으며 민주주의에서는 군통수권자가 평화적 시위대에 맞서 군을 동원하지 않으며 의견이 다르다고 미국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며 언론은 적이 아니라는 것을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알고 있다는 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행보에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고 이를 위해 시민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평소의 냉철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뒤로 하고 감정에 북받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 파괴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위한 적극 투표로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을 호소했다.
사실 전당대회는 연설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운할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무대다. 2004년 신인이나 다름없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연설로 스타덤에 올라 4년 뒤 백악관으로 직행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연설 말고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에 관심이 가장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따라서 이날 맨 마지막 순서에 찬조연설이 배치됐으나 이날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위해 피날레 자리를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흑인 부통령의 기록을 세울 수도 있는 해리스 의원에게 작은 선물을 한 셈이다.
특히 전당대회 첫날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찬조연설에 나서 호평받았다. 오바마 내외가 퇴임 후에도 당 내에서 누리는 상당한 지지와 영향력을 재차 입증한 것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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