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메르켈, 프랑스 남부서 정상회담…치료·망명 등 도움 제안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독극물 중독 증세로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지중해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나발니 측에게 병원 치료나 망명, 보호조치 등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프랑스는 나발니와 가족들에게 건강과 망명, 보호조치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완벽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건의 조사 과정을 프랑스가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운동가 나발니는 이날 오전 러시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항공편으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는 수십차례 투옥된 바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인사로 푸틴이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연 지난 7월 개헌 국민투표를 쿠데타이자 위헌이라고 비판해왔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나발니 측이 요청한다면 독일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은 "그가 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쪽의 요청이 있다면 독일 병원 치료를 포함해 의학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속히 규명되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정보로는 매우 좋지 않다. 매우 투명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벨라루스 사태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중재를 제안하고 나섰다.
마크롱은 메르켈 총리와 회담에서 "벨라루스 정부, 야권, 시민사회와의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대화가 벨라루스 국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조직되기를 바라지만, 러시아를 포함해 대화에 있어서 우리(EU)의 중재자 역할이 유용하게 쓰이고, 벨라루스인들이 이를 바란다면 EU는 그 역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벨라루스는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1994년부터 장기집권해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을 득표한 것으로 나오자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재선거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9일 EU는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곧 부정 선거와 시위 탄압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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