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영향 줄이고자 내 삶서 삼갈 수 있는 일은?"…225만원씩 3명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독일의 한 대학에서 특정한 일을 하지 않는 게으름에 대해 장학금을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성취와 목표달성 중심으로 조직된 사회에 반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함부르크 예술대는 최근 1천600유로(약 225만원) 상당의 장학금 수혜 대상자 3명을 뽑기 위해 독일 전역을 대상으로 공모에 들어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원자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지원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자신들이 선택한 분야의 '능동적 무활동'이 더 인상 깊거나 의미 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지원서는 4개의 질문으로 구성됐다. 무엇을 하지 않고 싶은가. 얼마나 하지 않고 싶은가. 구체적으로 왜 이 일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한가. 왜 당신이 이 일을 하지 않는데 적합한 사람인가 등이 해당 질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건축가 겸 디자인이론가 프리드리히 폰 보리스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능동적 무활동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1주일간 움직이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인상 깊다. 만약 당신이 움직이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겠다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성공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에 대한 토론에서 비롯됐다.
폰 보리스는 "이 프로그램은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의도가 있다"면서 "'성취와 목표달성 중심으로 조직된 사회를 어떻게 하면 거꾸로 세울 수 있을까'가 우리의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장학금은 2021년 1월 중순까지 체험 보고서를 내면 제공된다.
또 지원자들은 얼마나 무활동을 지속할지 자유롭게 결정하면 된다. 폰 보리스는 "만약 잠을 자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는 며칠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쇼핑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는 조금 더 지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지원서는 오는 11월 함부르크대에서 개막하는 '하찮음의 학교: 더 나은 삶을 위하여'라는 전시회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전시회는 '다른 이들의 삶에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내 삶에서 삼갈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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