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이 압력" 폭로 경찰 등 대상…다른 증인 '의문의 사망'도 우려 키워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유전무죄'라는 비판을 받으며 태국민의 공분을 산 '레드불 손자 뺑소니' 불기소 사태를 놓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까지 가동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이 21일 전했다.
영화에서처럼 이번 사태 뒤에 흑막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솜삭 텝수띤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들에게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날 밝혔다.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는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타고 과속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사법당국의 '수수방관' 속에 오라윳이 해외 도피 중인 가운데 검찰은 지난달 8년 만에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의 공분이 커졌다.
솜삭 장관은 증인들이 정부 관계자들이건 일반 국민이건 간에 모두 보호할 것을 약속했다.
당국의 이런 조치는 불기소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증인과 증언을 둘러싸고 각종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경찰 과학수사팀 소속으로 이 사건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타나싯 땡찬은 사건 당시 오라윳이 몰던 페라리의 속도를 시속 177㎞로 추산했다가 이후 시속 79㎞로 '대폭' 줄였다.
이는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타나싯은 이달 초 오라윳 차량의 속도 추산치를 변경한 데에는 고위 인사들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야당인 전진당의 랑시만 롬 의원은 이와 관련, 솜욧 뿜빤모웅 전 경찰청장이 페라리 속도를 시속 80㎞ 이하로 추산한 대학 강사를 2016년 2월에 타나싯에게 소개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솜욧 전 경찰청장은 해당 대학 강사도 모르고 당시 스위스에 머무는 중이었다면 의혹을 부인했다.
타나싯 '폭로'의 사실 여부가 사태 해결의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쁘라윳 짠오차 총리 지시로 설립된 진상조사위의 위차 마하꾼 조사위원장은 최근 타나싯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다른 주요 증인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커졌다.
짜루찻 맛통(40)은 2년 전 경찰의 새로운 증인으로 추가됐다.
짜루찻 등 2명은 사고 당시 자신들이 오라윳 뒤에서 운전 중이었으며 오라윳이 시속 80㎞ 이하 속도로 3차선에서 달리고 있었지만, 왼쪽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경찰이 갑작스럽게 차선을 바꿔 페라리 앞으로 끼어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검찰의 불기소로 오라윳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며칠 만에 짜루찻이 다른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사고로 사망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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