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은 신속매각 추진…시장여건 좋지 않아 표류 가능성도
통신사, 소형 '알짜' 케이블방송 또는 콘텐츠 제휴로 선회 여지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케이블방송의 마지막 주요 매물인 딜라이브와 CMB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CMB가 최근 연내 매각 목표를 공식화하면서 거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최근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HCN 이후로 인수 논의가 장기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통신 및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CMB는 최근 법무법인 김앤장을 매각 법률 자문사로 선정하고 연내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는 등 유료방송 인수합병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CMB와 함께 매각을 추진 중인 딜라이브까지 통신 3사 계열이 인수할 경우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95%를 통신사가 차지하며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볼 때 조속한 거래 성사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블방송 시장이 날로 악화하면서 매수자는 사실상 LG유플러스[032640]와 SK텔레콤뿐이다. 거래의 무게 중심이 매도자보다 매수자 쪽으로 쏠려있는 것이다.
매물별로 볼 때 CMB는 충청권과 호남권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높지만, 이들 지역은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떨어진다. 또한 CMB가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채택한 8VSB 전송 방식의 특성상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딜라이브는 1조원까지 거론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강성으로 평가받는 노조가 있고 부채는 6천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비용에다 추가로 소비자 보호와 고용 승계 등 규제 비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통신사 형편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LG헬로비전[037560]과 티브로드를 인수한 게 불과 지난해인데, 올해 다시 수천억원을 투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하반기 5G망 투자와 주파수 재할당 등에 조 단위의 지출이 예정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로선 지난해 인수 효과도 검증이 덜 된 상황에서 다시 인수전에 뛰어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통신사가 지방의 소형 '알짜' 케이블방송이나 콘텐츠 업체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CMB와 딜라이브가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인수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딜라이브가 최근 자회사 IHQ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몸값 낮추기 차원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의 경우 어느 정도 가격만 맞으면 SK브로드밴드의 상장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업계는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의 대세가 통신사로 넘어온 상황에서 케이블방송의 인수합병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시장 왜곡을 막고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서라도 적정선에서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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