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소위 통과에 "잠수함과 국민 중 선택하라"…네티즌들 "찬성의원 낙선시켜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어떻게 지금 같은 시기에 정부가 국민의 삶보다 잠수함을 우선할 수 있나?"
태국 연립여당 의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거액의 중국산 잠수함 2척 구매에 찬성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2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2021 회계연도 예산을 심사한 하원 소위원회는 태국 해군이 제기한 225억 밧화(약 8천480억원) 규모의 중국산 잠수함 2척 구매 예산을 전날 승인했다.
지난달 태국 육군이 고위 장성 및 요인(VIP)용으로 사용하겠다며 500억원에 가까운 고가의 미국산 민간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해 논란이 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한 것이다.
군부를 등에 업은 쁘라윳 짠오차 정부는 중국 정부와 잠수함 3척 구매 계획을 체결했는데, 이 중 첫 번째 잠수함은 2017년 구매 대금이 지급돼 2024년 인도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던 올 4월에는 정부가 지원 예산 마련을 위해 예산 삭감을 지시하면서 해군도 추가 구매를 보류하는 듯했지만, 결국은 구매 강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소위원회에서는 연립여당 소속 의원 4명과 야당 의원 4명이 각각 찬성과 반대한 상황에서 연립여당 소속 위원장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잠수함 추가 구매 예산은 위원회를 통과했다.
푸어타이당 소속 유타뽕 짜라사티안 의원은 브리핑에서 "나를 포함해 야당 의원들은 잠수함 2척 추가 구매 계획에 반대했지만, 해군은 해양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유타뽕 의원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잠수함과 국민의 경제적 생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어째서 정부가 국민의 삶보다 잠수함을 우선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위에서 역시 반대표를 던진 같은 당 소속 끄루마닛 쌍품 의원도 국민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곤경을 고려해 볼 때 현재로서는 잠수함 2척을 살 필요가 없다고 공감했다.
크루마닛 의원은 "잠수함 구매 계획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구매를 연기하라는 것"이라며 "지난 5년간 군부는 거의 모든 부처보다 더 많은 예산을 써왔다"고 지적했다.
의회 소위에서 중국산 잠수함 2척 추가 구매를 위한 예산이 통과됐다는 소식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네티즌들의 비판을 불러왔다고 네이션은 전했다.
많은 네티즌이 국민이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이때 연립여당 의원들이 구매 예산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찬성표를 던진 연립여당 의원 5명의 이름을 공유하며 다음 총선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이션은 이번 논란이 학생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집회가 확산하는 가운데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경제난 악화·반정부 인사 탄압·레드불 손자 유전무죄 사건' 등에 이어 여권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중국산 잠수함 구매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질 경우, 추후 예산 심의에서 소위의 결정이 번복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