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의 정원을 찢어놨다", "코로나 시국에 새 단장" 온라인 혹평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서영 기자 = '대통령의 정원'으로 불리는 백악관 로즈가든이 22일(현지시간)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연설 일정과 맞물린 시점에서다. 멜라니아 여사는 전대 둘째 날인 25일 로즈가든 연단에 올라 남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호소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멜라니아 여사의 연설 일정에 앞서 리모델링한 로즈가든의 모습을 풀 기자단에 공개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위터에도 "오늘 밤 아름다운 백악관 로즈가든의 미래를 축하하고 역사를 기리게 돼 흥분된다"며 새롭게 정비된 로즈가든 사진을 올렸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리모델링 비용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으나, 개인적 기부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오후 7시 로즈가든에서 새 단장 축하 행사도 했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달 27일 로즈가든 리모델링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관련 작업을 주도해왔다. 멜라니아 여사는 당시 이번 리모델링이 로즈가든을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단장했을 당시의 청사진에 담긴 모습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로즈가든 중앙 잔디밭 경계를 따라 약 1m 너비의 석회석 보도가 깔린 것이 이번 리모델링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 TV 중계 등을 위한 전기시설과 배수시설도 정비됐으며 장애인 접근성도 높아졌다.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 접한 로즈가든은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 때 처음 조성됐으며 케네디 대통령 때 재설계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다.
로즈가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위한 단골 장소로도 애용돼 왔다.

이번 로즈가든 재정비를 놓고, 사실상의 선거운동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재선 플랜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로즈가든 전략'이라는 말도 나왔다.
특히 리모델링 완료가 멜라니아 여사의 찬조연설 직전에 이뤄지자 '백악관이라는 공간을 재선을 위한 개인적 용도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수락 연설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자, 공직자의 정치 활동에 연방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해치법(Hatch Act)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새롭게 단장한 로즈가든의 모습을 놓고서도, 온라인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기존에 로즈가든에 피어있던 다양한 색상의 꽃들이 모두 하얀 꽃으로 바뀌었다"며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 여사가 심은 사과나무를 멜라니아 여사가 베어버린 데 대해 "재키(재클린 여사를 친근하게 부르는 이름)의 정원을 갈기갈기 찢어놨다"고 혹평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17만5천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누가 로즈가든 정비를 신경이나 쓰겠느냐"며 백악관 정원 재정비가 이뤄진 시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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