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이스라엘 정부가 거래 중재"…반체제 인사 감시 등에 악용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에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을 판매했다는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사이버보안업체 NSO그룹(이하 NSO)이 수년 전 사우디, UAE 아부다비 및 라스 알 카이마, 바레인, 오만 등 걸프지역 국가들에 '페가수스' 스파이웨어를 팔았다고 입수 정보를 토대로 보도했다.
하레츠에 따르면 NSO가 걸프지역 국가들과 맺은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계약은 수억 달러 규모다.
스파이웨어는 사용자 몰래 컴퓨터에 침입해 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하레츠는 이스라엘 정부가 걸프지역에 대한 NSO의 스파이웨어 판매를 부추기고 중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 대표단이 스파이웨어 판매를 위해 아랍국가들과 접촉했고 심지어 아랍국가 정보 관리들과 NSO 간부들의 회의에도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또 하레츠는 NSO가 페가수스 스파이웨어를 걸프지역 정부들에 판매한 뒤 이 프로그램의 사용을 거의 통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SO는 그동안 스파이웨어를 범죄 및 테러에 대응하는 정부나 보안업체에만 판매한다고 밝혀왔지만 스파이웨어가 휴대전화 해킹 등으로 반정부 인사 감시에 악용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사우디 정부가 NSO 스파이웨어를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반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해킹 공격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NSO 스파이웨어가 여러 정부를 통해 국제앰네스티 직원을 비롯한 인권 운동가들을 해킹하는 데 악용된다고 주장했다.
하레츠 기사는 이스라엘과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이 사이버보안에서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왔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이달 13일 미국 중재로 UAE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평화협약(일명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했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그동안 팔레스타인 문제 등으로 껄끄러웠던 걸프지역 국가와 수교에 합의하기는 처음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UAE에 이어 바레인, 오만 등 다른 걸프지역 국가들과 수교에 합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인 론 더머는 23일 방송된 사우디 알아라비야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평화협약을 맺을 수 있는 아랍국가가 몇 개 있다며 "우리는 몇주나 몇달 뒤 또다른 돌파구를 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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