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공무원 재택근무에 업무 지연…신규·연장 발급 모두 지연
'비자 없이 90일 체류'는 옛말…외국인 취업에 비상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국경을 통제하는 가운데 '국제 도시'로 명성을 날렸던 홍콩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이 올해 상반기(1~6월) 발급한 비자 건수는 7천700여건으로 작년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이민청이 내놓은 신규 자료에 따르면 홍콩은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7천717건의 일반 취업 비자를 발급했다. 작년 동기간 발급 건수는 1만 9천756건이며, 작년 상·하반기 전체 발급 건수는 4만1천793건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홍콩은 비자 없이 90일 체류가 가능한 여행 자유지역이자 외국인들이 많이 일하고 거주하는 국제 도시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직후 홍콩은 국경을 걸어 잠그며 코로나19 통제에 나섰고 무비자 90일 체류 정책을 중단했다.
동시에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무원 18만명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비자를 발급하는 이민청 역시 수 주 동안 업무가 중단·지연됐다.
이로 인해 취업 비자 발급·연장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외국인 취업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채용 컨설팅업체들은 공무원들이 재택 근무에 들어가면서 지난 2월과 4월 취업 비자 발급건수가 각각 77건과 59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평상시에는 취업 비자가 4~6주면 나왔지만 현재는 9~12주 혹은 그 이상 걸린다고 전했다.
홍콩은 코로나19 3차 확산 조짐이 일자 지난달 20일부터 다시 공무원들의 재택 근무를 명령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민청이 비자 신청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모두 종이문서로 받는 점 또한 업무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맨체서트에 거주하는 셰넌 딘(24)은 지난 5월 홍콩의 한 영어학원으로부터 일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아직까지 비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결국 학원은 그가 11월부터 일하는 것으로 취업일정을 미뤘다.
셰넌은 "홍콩이 내 비자 신청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지 모르겠다. 굉장히 불안하다"면서 "이렇게 기다리다 결국 비자가 거절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홍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계속 일을 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연장해야하는데 이 업무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이어 취업비자가 있어도 해외에서 입국하는 경우는 14일간 자가격리가 의무라는 점 등이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이 홍콩 이탈을 고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홍콩 외신기자협회도 일부 기자들의 비자 발급과 연장으로 언론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다며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홍콩)의 타라 조셉 회장은 "현재는 기업들이 신규 취업자를 홍콩으로 불러들일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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