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CO₂제거 기술 믿다 곡물 가격 3~5배 폭등 '낭패' 볼 수도

입력 2020-08-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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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CO₂제거 기술 믿다 곡물 가격 3~5배 폭등 '낭패' 볼 수도
미국 연구팀 "감당 못할 도박 중…부작용 미리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CO₂ 제거 기술의 부작용으로 옥수수와 밀, 쌀 등 곡물 가격이 3~5배 뛸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대학(UVA) 시스템·환경공학과 안드레스 클라렌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기 중에 이미 배출된 CO₂를 줄이는 이른바 '역배출기술'(NET)의 부작용을 분석해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세계가 기후변화 대처와 관련해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를 도박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추진되는 NET는 사탕수수 등 식물을 발효해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에너지와 숲가꾸기, 대기 CO₂ 직접 포집(DAC)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 기술들은 현재 배출되는 CO₂를 상쇄할만큼 큰 규모로는 실증된 적이 없으며, 연구팀은 이를 대규모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유엔이 활용하는 통합모델 중 하나인 '지구변화평가모델'(Global Change Assessement Model)을 이용해 3개 NET가 세계 식량 공급과 물 사용, 에너지 수요 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고, DAC가 미래의 기후변화 대처에서 차지할 역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오에너지와 숲가꾸기를 통한 CO₂ 제거는 방대한 땅과 물이 필요해 농작물 재배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나타났다.



DAC도 바이오에너지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양의 물이 있어야 하는데, 연구팀은 세계 전기생산에 이용되는 물의 35%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CO₂ 처리 과정에서 열을 이용해 현재 기술로는 CO₂를 제거하는 것을 상쇄할 만큼의 화석연료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아직은 비용이 너무 커 실용화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DAC가 2035년께부터는 연간 30억t의 CO₂를 제거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17년 미국이 배출한 양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부가 보조금 등을 통해 DAC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이오에너지와 숲가꾸기를 통한 CO₂제거가 여전히 필요하며, 이는 2050년께 세계의 주요 곡물 가격을 2010년의 3배 수준을 끌어올리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등 기후변화 비용을 이미 지불하고 있는 곳에서는 5~6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DAC가 바이오에너지나 숲가꾸기를 위해 필요한 신규 토지와 농경지 간 치열한 경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은 커져 CO₂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 중 CO₂를 제거하는 단호하고 다면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클라렌스 교수는 "유엔과 많은 국가가 역배출기술이 언제가 우리를 구해줄 방어벽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리 준비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2030년쯤이면 이 기술이 실용화될 것이며 10년간 수수방관하다가 물 부족으로 어찌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판명되는 것은 너무 큰 도박"이라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제이 퍼먼은 "모든 것을 다 걸기 전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부터 이해를 해야한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앞에 있을 수도 있는 함정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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