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의 다발성 경화증, 찻잎에서 치료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20-08-25 17:05  

불치의 다발성 경화증, 찻잎에서 치료 실마리 찾았다
쓴맛 내는 테오필린, '신경 피복' 미엘린초 복구 효과 확인
독일·스위스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경세포(뉴런)의 축삭돌기(Axon)는 전선의 피복처럼 아교세포가 감싸고 있다.
이렇게 여러 겹으로 축삭돌기를 둘러싼 구조를 미엘린 초(Myelin sheath)라고 한다.
축삭돌기의 둔덕에서 생성된 활동전위가 신경 말단까지 전달될 때 미엘린 초는 일종의 절연체 같은 기능을 한다. 미엘린이 초가 손상되면 연쇄적인 활동전위(신경 신호) 전파에 문제가 생긴다.
팔·다리 부상으로 말초 신경계가 손상돼도 엑손과 미엘린 초는 비교적 잘 복구된다.
하지만 중추 신경계는 한번 손상되면 복구되기 어려워 대개 영구적인 마비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다발성 경화증(MS)이다.
그런데 찻잎에 함유된 테오필린(Theophylline) 성분이 말초신경과 중추신경 모두에서 미엘린 초의 재건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와 스위스 프리부르대 연구진이 공동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2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테오필린은 카페인, 테오브로마인 등과 함께 찻잎에 들어 있는 퓨린 염기의 하나다.
쓴맛을 내는 테오필린은 각성, 이뇨, 흥분 등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예부터 천식을 다스리는 데 쓰였다.
연구팀은 활성 상태의 eEF1A1 단백질이 중추신경의 미엘린 초 재건을 방해한다는 걸 알아냈다.
그런데 아세틸기(基)가 떨어져 eEF1A1이 비활성 상태로 돌려지면 다시 미엘린 수초가 복구됐다.
결국 eEF1A1에서 아세틸기를 떼어내는 게 HDAC2라는 효소이고, HDAC2의 활성도를 높이는 게 테오필린이었다.
미엘린 초를 복구하는 순환 고리의 맥을 테오필린이 쥐고 있는 셈이다.
생쥐 모델에 저용량 테오필린을 나흘간 투여하자 말초 신경의 미엘린 초는 완전히 복구됐고, 중추신경의 수초 복구도 전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중추 신경과 말초 신경 양쪽 모두에서 테오필린이 미엘린 초 복구의 속도와 효율을 높인다는 게 결론"이라면서 "다발성 경화증이나 외상 병소의 수초 복구를 촉진하는 유망합성물로 테오필린이 부상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임상 자금 펀딩과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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