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여성들 SNS에 고발…"낯선 남성 집에서 술마신 여성 잘못" 논쟁도
성범죄 피해 여성에 책임 돌리는 분위기 속 '공개 폭로' 큰 반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에서 여성 여러 명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이반 이맘 베르디라는 20대 남성은 국립 테헤란대학교가 있는 엥겔랍 광장 주변에서 책방을 운영하면서 주로 여대생에게 접근했다.
그는 알게 된 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사는 집으로 초대한 뒤 독한 술을 마시게 하고 정신을 잃은 틈을 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범행은 한 피해 여성이 지난주 트위터에 '#타저보즈'(성폭행)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 남성의 실명과 피해 사실을 게시하면서 공론화됐다.
이 해시태그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 남성에게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 여러 명의 '미투'(나도 성범죄를 당했다) 폭로가 이어졌고 그를 체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테헤란 지방경찰청은 이를 인지해 용의자를 검거했다.
사르다르 호세인 라히미 테헤란 경찰청장은 현지 언론에 "피해 여성은 사실을 숨기지 말고 경찰에 지금이라도 신고해야 한다. 신원은 철저하게 보장한다"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비록 성폭행 피해라고 해도 혼전 성관계 자체를 매우 수치스럽게 여기고 이를 오히려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짙은 터라 금기를 깬 피해 여성들의 미투 폭로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이란 내 SNS에서는 유명 남성 현대미술가가 상습적으로 실습생들을 성추행했다고 고발하는 글도 빠르게 확산하는 중이다. 이 미술가에게 피해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2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란의 보수적인 종교 관습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여성의 잘못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피해 여성들이 가족이 아닌 혼자 사는 낯선 남성의 초대에 스스로 응했고, 이슬람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폭행범뿐 아니라 이들 여성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벌금이나 수십 대의 태형(매를 맞는 형벌)이 선고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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