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증세는 다른 약물 복용으로도 나타나…중독성 물질 발견안돼"
"크렘린 책임론은 '공허한 소음'…푸틴이 독일 이송 지시한 것 아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 베를린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서 중독 징후가 발견됐다는 독일 의료진의 주장을 24일(현지시간) 크렘린궁이 반박하고 나섰다.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베를린 샤리테병원 측은 전날 "(나발니에 대한) 임상 검사 결과가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로 불리는 활성물질 그룹에 속한 어떤 물질에 의한 중독 증세를 보여줬다"고 중독설을 제기하면서 다만 "이 물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 일부 약품과 살충제 및 신경작용제 등에서 사용되는 물질이다.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가 신경작용제로 사용될 경우 신경계에서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높여 호흡 근육의 마비를 유발하거나 심장박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 등 자국 언론에 "우리는 독일 동료들이 무엇 때문에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그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이 가설(중독설)은 우리 의료진이 검토한 첫 번째 가설 중 하나였지만 (독성)물질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스코프는 러시아 의료진에 문의한 결과를 소개하며 "콜린에스트라아제 수준 저하 현상은 우리 옴스크 병원 의사들이 처음부터 확인했던 것이다. 치료를 위해 독일 의사들이 택한 아트로핀도 나발니가 (러시아 병원) 중환자실에 처음 실려 왔을 때부터 사용한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콜린에스트라아제 수준 저하는 의약품이나 여러 약물 복용과 사용 등 다양한 이유로 일어날 수 있다.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가 아닌 다른) 약물도 콜린에스트라아제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콜린에스트라아제 수준 저하의 원인이 됐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면서 "이 원인은 우리 의사도 독일 의사도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원인)물질은 나오지 않았고 규명되지 않고 있다. 검사도 그것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는 그런데도 "독일 동료들은 중독 가능성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면서 "독일 의사는 제2, 제3, 제4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어야 했다. 한가지 가능성(중독 가능성)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는 '나발니 지지자들이 크렘린궁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나발니 중독 증세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러한 비난은 공허한 소음으로 우리는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뜻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외국으로 이송하도록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 나발니가 처음 입원했던 러시아 시베리아 옴스크 구급병원 독극물과 과장 알렉산드르 사바예프도 독일 병원 측 발표와 관련 "옴스크에서 진행된 나발니의 검체에 대한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발니가 탑승한 항공기는 시베리아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그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나발니 측은 그가 독극물에 중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발니는 독일의 시민단체 '시네마평화재단'이 보낸 항공편으로 지난 22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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