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전대] 폼페이오 찬조연설 동원에 "전례없고 수치" 경악 반응

입력 2020-08-26 01:29  

[미 공화 전대] 폼페이오 찬조연설 동원에 "전례없고 수치" 경악 반응
국무장관이 당파정치 거리 둬온 관행 깬데다 중동순방 공무 중 녹화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연설에 나서는 것을 두고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국무장관이 정당 정치에 거리를 둬 온 관행을 깨는 것도 모자라 중동 순방 중 예루살렘에서 시간을 내 연설을 녹화하면서 비판이 커지는 것이다.
NBC방송은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연설을 수락한 폼페이오 장관의 결정을 두고 외교관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28일 이스라엘과 아랍에리미트(UAE), 바레인 등을 순방 중이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 밤 방송될 찬조연설은 예루살렘에서 녹화됐다.
한 현직 외교관은 NBC에 "해치법을 찢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치법(Hatch Act)은 공직자가 공무 중에 혹은 공직에 따른 권한을 동원해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35년간 국무부에서 일하며 차관보를 지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다들 엄청나게 마음이 상했다. 너무 나간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은 당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무부를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NBC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이 '상원의 인준을 받은 대통령 지명 당국자는 정당의 대회에 참석도 할 수 없다'는 국무부 내 규정의 취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대선에 있어 한쪽 편을 택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전문을 모든 외교공관에 보낸 바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직원들에게 한 당부를 스스로 어기는 상황이 된 셈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을 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 공무 중 대통령 재선을 위한 심부름꾼으로 복무하겠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결정은 완전히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의 공직을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웬디 셔먼도 트윗을 통해 '중동의 평화와 안보가 이렇게 힘든 시점에 예루살렘은 공화당 전당대회의 소품이 돼서는 안 되고 폼페이오는 국무부를 퇴색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전례 없고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 측에서는 공무와 별도로 세금을 쓰지 않고 연설을 녹화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미 언론에서는 연설을 위해 이동하는 데만도 경호 및 수행인력이 동행해야 한다며 그게 다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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