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먹통에 빨간 글씨로 '가짜'…언론자유 침해 반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이 미흡하다고 비판 보도한 현지 언론사들 홈페이지가 해킹당했다.
26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21일 언론사 '템포'(Tempo) 홈페이지가 검은색 화면으로 바뀐 뒤 빨간 글씨로 '가짜'(hoax)라고 떴다.
같은 날 언론사 '티르토'(tirto) 사이트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왜 국가정보부(BIN)가 관여하냐고 비판한 기사를 포함해 7건의 기사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당했다.
인도네시아국립대 역학자 판두 리오노도 "국가정보부가 참여해 개발했다는 코로나19 백신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가 트위터 계정을 해킹당했다.
티르토의 편집장 삽토 앙고로는 "어떤 방법, 형태로든 언론사 기사를 불법적으로 지우고 손대는 것은 인도네시아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독립언론연합(AJI)은 "최소 4개 언론사가 유례없는 디지털 공격의 표적이 됐다"며 "이번 공격의 목표는 분명하다. 언론의 정부 비판 태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도스(DDoS) 공격부터 독싱(doxing·신상털기), 언론사 서버 해킹, 기사 삭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격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온라인 공격은 자기 검열로 이어질 수 있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언론 자유를 저해한다"며 "IFJ는 이번 해킹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템포와 티르토 관계자는 25일 자카르타 경찰청을 방문해 해킹 가해자를 찾아내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냈다.
이들의 변호인은 "정부가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이번 사건 수사를 신속히, 진지하게 진행하길 원한다"고 촉구했다.
언론사 해킹 사건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대통령궁과 국가정보부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2천447명이 추가돼 누적 15만7천859명, 사망자는 99명 추가돼 누적 6천858명을 기록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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