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도박사이트 불법 접속 급증…매년 172조원 규모 베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에서 온라인 도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새로운 부작용과 폐해로 지목되고 있다.
도박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상황에서 온라인 도박에 더욱 몰두하면서 중국 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도박은 불법이다. 이에 중국인들은 그간 마카오 등 해외로 나가 도박을 즐겨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본토에서 불법인 온라인 도박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에서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경로로 불법 온라인 도박이 성행했는데, 코로나19로 더욱 불이 붙은 것이다.
2019년 신화통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매년 1조 위안(약 172조원)을 온라인 도박에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을 끌어당기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대부분 필리핀 사이트다. 필리핀에서는 도박이 합법이다.필리핀 마닐라의 잘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젊은 여성 딜러가 홀로 카메라 앞에 서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뒤집으면 저 멀리 중국 대륙에 있는 '손님'들이 도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필리핀 도박 사이트들은 대개 마닐라 도심 1등급 건물에 입주해 콜센터를 운영하며 중국인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온라인 도박사이트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사업에 호재였다"면서 "접속 폭주로 몇시간 동안 시스템 장애가 일어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를 틈타 해외 카지노와 도박 사이트가 사기를 부릴 위험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 온라인 도박 근절 캠페인을 펼쳐왔다.
실제로 온라인 도박은 카지노 현장 도박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에서 현금으로 베팅하지 않고 신용 거래로 베팅을 하는 까닭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걸고 잃는지 잘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어떤 도박 사이트에서는 하루에만 1억3천만 달러(약 1천542억원)어치의 매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도박 근절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는데, 인터넷에는 불법 도박을 하다 모든 것을 잃고 결국에는 정글을 헤매다 총을 맞는 이의 사연을 그린 영상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SCMP는 "중국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려는 가운데, 수개월간 이어졌던 코로나19 셧다운 기간 심각해진 중국인들의 '오랜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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