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교란을 뿌리 뽑고 투기심리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행동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1천400여건에 달하는 불법 거래, 집값 짬짜미, 부정 청약, 투자사기 등의 거래질서 교란 행위와 재건축·재개발 종합비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2월에서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이뤄진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가운데 법령위반 의심 사례는 811건이었고 이 가운데 탈세 의심이 555건, 대출 규정 위반 의심 37건, 계약일 허위 신고 등의 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211건 등이었다. 이밖에 집값 담합 부정 청약, 투자사기 등은 440건, 재건축·재개발 종합비리는 169건이었다. 특히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중 이상 거래 의혹이 있는 1천705건에 대한 실거래 조사에서 편법 증여와 법인자금 유용 등의 탈세 정황이 포착된 사례만 500건이 넘었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탈·불법이 도를 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뿌리 뽑지 못하면 시장 왜곡으로 선의의 주택 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국세청과 경찰, 금융위 등은 이들 사례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사해 불법행위를 엄단함으로써 시장 규율을 확실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단속과 처벌을 통해 혼탁한 시장을 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간 나온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정부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25로 전월과 같아 전체적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는 다소 가라앉은 것으로 보이지만 40세 미만 청년층의 CSI는 131로 2013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를 찍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을수록 1년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정부가 23차례의 부동산 시장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안정을 외쳤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믿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지난 7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5천345건으로 전체 거래의 33.4%를 차지했다. 이들의 이른바 '영끌 대출'을 통한 패닉바잉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추긴 측면이 있지만 이를 비이성적 투기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국회에서 세제가 강화되고 나서 다주택자 등이 던진 매물을 30대 젊은 층이 영끌로 받아 안타깝다고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집을 장만할 수 없다는 절박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도 청년층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최선의 방책은 집값의 하향 안정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소 진정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까지 2주째 0.02% 올라 6·17 부동산대책 이후 가장 낮았다. 부동산 불안의 진앙인 강남 4구의 상승률은 2주 연속 0% 보합세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0주 연속 상승했고,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의 후폭풍으로 극심한 전세 품귀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 안정을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시장에 박혀있는 부동산 불패론을 이번만큼은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는데 빈말이 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대출과 세제 등 수요 억제책은 정책과 입법을 통해 강도 높게 실천하고 있지만, 주요 공급 대책은 계획만 나와 있는 상태다. 특히 시장이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서울 도심의 공공 고밀 재건축과 공공재개발을 하루 속히 구체화해야 한다. 수요가 몰리는 서울에서 양질의 장기임대주택이나 일반 아파트 등의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급 불안발 시장 과열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자들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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