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 방해 집회 또 허가

입력 2020-08-28 11:52  

도쿄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 방해 집회 또 허가
'헤이트 스피치' 인정했으면서 극우 단체 집회 안 막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도쿄도(東京都)가 간토(關東)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을 방해할 목적으로 개최하는 집회를 또 허가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극우 성향의 단체가 도내 요코아미초(橫網町)공원에서 9월 1일 개최하겠다고 신청한 집회를 지난 17일 허가했다.
요코아미초공원은 일본 시민단체들이 1974년부터 매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도식을 개최하는 곳이다.
일본 극우 단체는 2017년부터 추모비에 새겨진 조선인 희생자 6천여명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공원에서 같은 시각에 방해 집회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추도식 방해 집회를 하는 극우 단체와 추도식 참가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쿄도는 추도식 방해 집회 과정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표현)가 있었다는 도민의 신고를 받고 심사해 지난 3일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공표했다.
도쿄도의 조례에 따르면 헤이트 스피치가 행해질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분쟁 등 안전관리에 지장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단체의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도쿄도는 극우 단체가 차별적 언동을 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는 이유로 올해도 방해 집회를 허가해 논란이 예상된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선 규모 7.9의 대형 지진이 발생해 10만5천여명이 희생됐다.
당시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자, 자경단과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이렇게 학살된 조선인의 수는 6천661명에 달한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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