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전대] 트럼프, 코로나·사회분열 위기속 자화자찬 수락연설 잔치

입력 2020-08-28 14:53   수정 2020-08-28 15:54

[미 공화 전대] 트럼프, 코로나·사회분열 위기속 자화자찬 수락연설 잔치
4년 전 "나만이 고칠 수 있다"에서 이번엔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호소
방역지침 무시·백악관 유세장화 논란속 불꽃놀이로 대미…바깥선 항의시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7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연설은 나흘간 진행된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화자찬 '독무대' 그 자체였다.
찬조 연설자들이 그를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 치켜세우고 청중이 "4년 더"를 외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치적을 자랑하면서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재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초강력 허리케인이 남부를 강타하고 위스콘신 흑인 피격에 대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며 파문이 확산하는 와중에 치러진 이날 연설은 미국이 처한 분열과 위기 상황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연설장소인 백악관 사우스론은 마스크도 대부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차 방역지침 자체가 실종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의 접근으로 당초 연설 연기까지 고려했지만, 허리케인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지나가면서 예정대로 행사에 나섰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소개 속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아칸소, 미시시피주 등 허리케인 피해를 본 지역과 협력해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내내 4년간 이룬 경제 회복, 무역 성과, 국방력 강화와 외교·안보 치적 등을 자랑했다. 또 자신은 여전히 '아웃사이더'로서 미국을 개혁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자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에게는 융단폭격을 가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는 경제를 모르는 47년 직업 정치인이라며 자신의 강점인 경제 분야 차별화를 시도하고, 유약한 바이든이 당선되면 "중국이 미국을 소유할 것"이라며 몰아붙였다.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을 겨냥, 최초의 공화당 대통령이자 흑인 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 자신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나는 흑인 공동체를 위해 지난 3년 동안, 바이든이 47년간 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자신을 링컨과 비교하며 '훌륭한 대통령'임을 강조해왔다.
그는 민주당이 이끄는 도시들은 폭동을 일으키는 폭도와 범죄자의 행위에 침묵했다면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미국이 안전할 수 없다고 맹공했다.
이런 발언은 워싱턴의 기성 정치 세력에 맞서는 아웃사이더 전략으로 성공했던 4년 전과 유사하다.
지난 대선에선 "나만이 고칠 수 있다"며 '미국 개조'를 주장한 그는 '할 일이 더 남았다'는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에 대한 공포를 조성하고 중도 성향의 바이든 후보까지 급진좌파로 한데 묶어 공격,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가 연설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전당대회'라고 불릴 정도로 4일 내내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고 연설자들은 칭송에 가까운 트럼프 띄우기에 나섰다.
트럼프 일가가 총출동해 연사로 나서 "가족 사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AP통신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수락연설에서 자신만이 나라를 고칠 수 있다고 선언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실업난, 학교와 기업의 불확실성 속의 최저점에서 연임을 요청했다"고 평했다.


이날 행사는 백악관 안에선 축제 분위기였지만, 분열이 심화한 사회를 통합하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논란만 키우는 일들을 만들었다.
우선 백악관이 대표적 정치행사인 전당대회 무대이자 대통령의 유세장으로 활용된 것에 연방자산의 정치적 사용을 금한 해치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규범을 위반하고 백악관에서 공화당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고 지적했다. DPA통신도 "몇 가지 예외는 있지만, 국민의 집으로 불리는 백악관에서는 당파적 선거운동을 멀리하는 전통이 있다"며 사우스론이 유세 무대로 변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1천500명의 인파가 운집했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놓인 의자의 간격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인 6피트(1.8m)는 고사하고 1피트(30cm)도 안 돼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배치됐다.


백악관 인근에서는 오후 6시 넘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플라자를 중심으로 수백명의 시위자가 모여 '반(反)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고고 음악 등의 곡을 연주하며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연설은 약 70분간 진행됐으며 이는 4년 전 76분에 비해 약간 짧다. 4년 전 수락연설은 1972년 이래 이뤄진 대선후보 수락연설 중 가장 길었던 것으로 기록됐었다.
연설이 끝난 뒤 백악관 주변 상공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트럼프 2020'이라는 문구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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