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업체들 잇따라 긴급회의…"죽으라는 것이냐'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갔는데, 내부 분위기는 '패닉'인 듯합니다." (A 대형 외식업체 관계자)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강화된 정부 조치가 발표되자 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외식업계는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 일반음식점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포장·배달만 허용 ▲ 카페는 영업시간 무관 포장·배달만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연장 및 방역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속보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업체들은 저마다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굵직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여럿 거느린 A 업체 관계자는 "아직 회사별로 정부의 지침 등이 전달되지는 않아 정확한 내용 전달 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배달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춰 대책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와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도 정부 발표 직후 영업 관련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우선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커피전문점이다.
이디야·커피빈·파스쿠찌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점 고객 대상 매출이 크다 보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매장 수로는 업계 1위인 이디야커피는 현재 전국 3천여개 매장 가운데 약 절반에 해당하는 1천500여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테이크아웃(포장) 위주의 매장이 많기는 하지만, 요즘은 내점 고객을 상대하는 대형 매장도 속속 생겨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논의를 해야 하지만 배달이 늘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매출액 기준 커피전문점 업계 부동의 1위인 스타벅스는 주요 업체 가운데에서는 이례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 곳이다. 올해 2분기 코로나19 한파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54%나 증가하는 등 선전했지만, '포장만 허용' 지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긴장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방역당국 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지속적인 방역 강화를 통해 고객과 파트너(직원)의 안전을 위한 운영해 더욱 집중하겠다"면서도 "배달 서비스는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롯데리아·KFC 등 패스트푸드 업계도 긴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들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는 24시간 운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후 9시 이후 매장 영업이 불가능해지면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역시 이번 조치 발표 후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밤 장사'가 사실상 전부이기 때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번 조치에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한 주점 점주는 "주말 하나 바라보면서 한 팀, 두 팀 받으면서 겨우 버텼다"며 "밤 9시(이후 금지)는 죽으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점주 역시 "우리는 오후 5시에 오픈해 새벽 2시에 문을 닫는 술 파는 음식점인데, 이러면 죽으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음식 배달 시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외식업계 불황 속에서도 '나 홀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발표한 올해 1∼5월 소매시장 업종별 결제금액 자료를 살펴보면 결제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배달'이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 관련 앱의 총 결제금액은 작년 동기 대비 82%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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