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발표" 주장에 '과장' 비판받아…취임 2주 안 돼 물러나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석 대변인이 취임한 지 채 2주를 못 채운 채 28일(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에밀리 밀러 FDA 수석대변인이 이날부로 면직됐다고 전했다.
스티븐 한 FDA 국장도 간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부터 즉시 에밀리 밀러는 미디어 업무 부위원으로 FDA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며 FDA의 공식 대변인도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한 국장은 누군가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대행으로 앉히겠다고 덧붙였다.
밀러는 이전에 보수 성향의 케이블 뉴스 채널인 '원 아메리카 뉴스'에서 근무했고,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 밑에서도 일했다.
밀러는 의학이나 과학 관련 경력은 없으며 총기 소유 권리를 강하게 옹호해온 인물이다.
WP는 이번 조치가 "회복기 환자의 혈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급격히 낮춰준다는 부정확한 주장을 한 백악관 기자회견 후유증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FDA가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실험적 코로나19 치료법을 긴급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치료법을 통해 사망률이 35%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중국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의 싸움에서 셀 수 없는 목숨을 구할, 진정으로 역사적인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곧 논란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 FDA 국장, 그리고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혈장 치료의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긴급 승인의 근거로 쓰인 데이터의 상당수가 어떤 치료법이 사망률을 낮추는지 판단할 근거로 삼을 수 없는 관찰연구 데이터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혈장 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혁신적 돌파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고 있다.
한 국장은 결국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했다며 사과했다.
다만 밀러가 문제가 된 기자회견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회견문에는 평소 FDA의 고루한 보도자료와 뚜렷이 대비되게 "정부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서 거둔 또 다른 성과"란 제목이 달려 있었지만 누가 이를 썼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오랫동안 FDA 국장에게 홍보 전략을 조언해온 홍보 컨설턴트 웨인 파인즈도 이날 계약이 종료됐다고 WP에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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