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시위 확산' 벨라루스, 외신기자 잇단 '추방'

입력 2020-08-31 11:03  

'대선 불복시위 확산' 벨라루스, 외신기자 잇단 '추방'
AP·AFP·BBC·로이터 기자 현장취재 '불허'…獨·佛,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동유럽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5) 대통령의 대선압승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외신기자들이 잇따라 추방됐다.
벨라루스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의 일부 외교 수장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항의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통신사인 AP통신은 벨라루스에서 취재하던 자사 기자 두 명이 전날 러시아로 추방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본부에 소속돼 있던 두 기자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취재하고 있었으며, 벨라루스 정부는 이 둘에 대한 외신기자 자격과 함께 체류 자격을 박탈했다.
지난 11일부터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26년째 대통령직을 이어 온 루카셴코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80.1%의 압도적 득표율을 얻었다고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바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80% 지지율로 당선됐다고 밝힌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이 시위의 추산 인원은 최대 20만명에 달하는 등 대규모로 번지고 있다.


이번 시위를 취재했다가 벨라루스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언론사는 속출하고 있다.
독일 ARD방송은 자사 러시아 본부 소속 기자 두 명이 러시아로 추방됐다고 전했고, 영국 BBC방송 소속 기자 두 명도 취재 자격을 박탈당했다.
또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라디오 방송인 '자유유럽방송'도 소속 기자 5명이 취재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기자협회는 로이터통신의 촬영 기자와 사진 기자, 프랑스 최대 통신사 AFP통신의 기자 등 총 19명이 자격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일부 유럽국가와 미국 등은 이 같은 벨라루스 정부의 움직임에 반발했다.
우선 독일 외무부는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미 한 차례 벨라루스 정부의 외신 기자 탄압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한 바 있다.
프랑스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도 "벨라루스 정부는 이 같은 독단적인 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 역시 트위터를 통해 "국내외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벨라루스 정부의 움직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 대열에 동참했다.
주(駐)벨라루스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 정부는 독립 언론과 반대 세력의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벨라루스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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