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확진자 급증에 병실 부족…韓 확진자들 모두 자가격리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경찰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결혼식을 치르던 신랑에게 다가가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마스크를 씌워주는 동영상이 퍼져 눈길을 끌었다.
인도네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보건지침을 어길 경우 지역별로 과태료 1만 루피아(8천원), 이슬람 경전 쿠란 암송, 화장실 등 청소, 팔굽혀펴기, 쪼그려 뛰기 등의 벌칙을 주고 있다.
31일 트리뷴뉴스 등에 따르면 26일 저녁 동부 자바주 파수루안군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와 상당수 하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경찰관은 결혼식 중 신랑에게 다가가 하객들 앞에서 팔굽혀펴기를 세 차례 하라고 지시했다.
머쓱한 표정의 신랑이 팔굽혀펴기를 마치자, 경찰관이 신랑 얼굴에 마스크를 직접 씌워줬다.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현지 언론에 잇따라 보도됐다.
해당 경찰관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신랑을 벌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팔굽혀펴기를 시켰다"며 "경찰은 보건지침 준수 확인을 위해 마을에서 열리는 어떤 행사든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객 수 제한, 떨어져 앉기, 결혼식장 입구에 손 씻기를 위한 세면대 설치 등의 지침은 잘 지켰으나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 수 십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일일이 마스크를 나눠줬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변종 바이러스 'D614G'이 최근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국립대 역학자 샤흐리잘 샤리프는 연말까지 실제 감염자가 50만명까지 늘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들어 지역 내 감염이 통제를 벗어난 것 같다"며 "코로나19 검체 분석 능력이 늘어나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구 13억명의 인도는 하루 105만개의 검체를 분석해 일일 확진자가 7만명이 넘는다.
반면,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는 하루 1만∼2만개의 검체만 분석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천∼3천명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누적 확진자는 17만2천53명, 누적 사망자는 7천343명이다.
수도 자카르타 주정부는 전날 신규 확진자가 1천114명,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앙정부 발표 수치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자카르타 주정부는 독립기념일 연휴(8월 15∼17일), 이슬람 설날 연휴(20∼23일) 기간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
자카르타의 확진자가 늘면서 코로나19 지정 병원의 병실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중환자실(ICU)이 턱없이 부족해 정말 급한 환자부터 골라 받고 있다.
가령, 자카르타의 가장 큰 정부운영 병원(RSUP Persahabatan)에 27일 하루 103명의 환자를 받아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12명밖에 못 받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증세가 경미하면 집에서 치료받도록 한다.
자카르타 거주자 가운데 확진 판정을 한국인 확진자 4명도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격리 중이다.
한국인 확진자 3명과 19일 한식당에서 같이 식사한 1명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늦게 받아 결과가 나오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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