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945조·적자국채 발행 90조…재정건전성 빨간불

입력 2020-09-01 08:30   수정 2020-09-01 10:00

국가채무 945조·적자국채 발행 90조…재정건전성 빨간불
총수입 증가율-총지출 증가율 역대 최대
2022년 국가채무 1천조, 국가채무비율 50% 돌파…재정적자 5.9% 정점
전문가 "한국, 선진국과 달라…급격한 부채 확대 안돼"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정수연 기자 = 정부가 1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각종 재정지표에 숨겨진 함의는 '돈 들어올 곳은 없는데 돈 쓸 곳은 정말 많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정부 수입은 전례 없이 나쁜데 정부가 나서 돈을 써야 할 곳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런 때 곳간을 풀어 국민이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을 돕는 선택을 한 것이다.
나라 곳간 사정(재정수지)은 급격히 악화한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대외개방도가 큰 한국은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그 자체로 허물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재정 악화 속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 총수입 증가율-총지출 증가율 역대 최대 차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을 선택했다.
내년 총수입 증가율은 올해 본예산 상 추정치인(481조8천억원) 대비 0.3% 느는 데 그치지만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512조3천억원) 대비 8.5% 증가한다.
총지출 증가율에서 총수입 증가율을 뺀 수치가 8.2%포인트로 역대 최대다.
총지출 규모(내년 555조8천억원)가 총수입(483조원)보다 많은 상황도 2년 연속 이어진다.
총지출 규모가 총수입을 넘어서는 것도,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넘어서는 것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 내년 법인세수 8.8% 줄어 국세 수입 1.1% 증가 그칠 듯
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세수가 극히 부진한 가운데 지출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국세 세입을 282조8천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세입경정(11조4천억원·세수 부족 예상분 보충)을 반영한 3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세입 전망치보다 1.1% 많은 규모다.
내년 법인세수가 53조3천억원으로 올해(이하 3차 추경 기준) 대비 8.8%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파가 크다.
소득세수(89조8천억원)가 올해 대비 1.5% 증가하고 종합부동산세(5조1천억원)가 54.0% 급등하며 간신히 국세 수입을 플러스로 만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 국가채무비율 46.7%로 껑충…코로나 여파 2~3년 연장

들어올 돈은 없는데 쓸 돈은 많다 보니 결과는 재정수지의 악화로 나타난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인 89조7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로써 내년 국가채무는 900조원을 훌쩍 넘는 945조원까지 늘어난다. 올해 연말 전망치인 839조4천억원보다 105조6천억원이나 많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올해 대비 3.2%포인트 오른다. 재정수지 적자는 109조7천억원, GDP 대비로 5.4% 수준이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경기에 미친 충격이 워낙 커 나라 살림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악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는 기존 예상 경로의 이탈을 의미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3.5%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같은 기간 총지출 증가율은 5.7%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재정 상황의 추가 악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2022년 국가채무가 1천70조3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같은 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9%로 처음으로 50%를 넘어선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5.9%로 정점을 이룬다.



◇ 정부 "골든타임서 재정 역할 필요"

정부는 재정수지의 급속한 악화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내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을 우리 경제의 향방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국가·국민경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재정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국가채무비율이 작년 말 30%대 후반(37.1%)에서 올해 40%대로 껑충(43.5%) 뛴 상황에서 2022년에는 50%를 돌파(50.9%)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4년에는 60%에 육박(58.3%)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전문가들 "한국, 선진국과 달라…급격한 부채 확대 안돼"
피치는 지난달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해버렸다. 이보다 며칠 전에는 일본 역시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기축통화국인 이들과 달리 한국은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악화하면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되는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확장재정이 불가피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이 30% 후반에서 불과 5년 만에 50% 후반으로 증가하는 건 속도가 정말 빠르다"고 비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선진국은 복지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어 복지 수요가 앞으로 급증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한국은 연금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고령화가 진전되면 앞으로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 재정 건전성이 추가로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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