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최소 100명의 의사가 코로나 사태로 사망했다고 의사협회가 발표했다.
수도 자카르타 한인 사회에는 지난주부터 총 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근접 접촉자들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차례로 나오고 있어 증가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인도네시아 의사협회(IDI)는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 최전방에서 싸우던 의사들 가운데 사망자 수가 100명에 도달했다"며 "간호사 등 다른 의료 종사자들 가운데 사망 인원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의료진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호복이 없어서 비옷을 입고 진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의료진 사망자 수가 이렇게 많은 이유로 보호장비 부족과 병원 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처리 절차 부재, 보건 시스템 미흡 등을 꼽았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코로나19 공식 집계에 의문을 품고 의사·시민들이 만든 정보공유 플랫폼 '팬더믹 톡스'(Pandemic Talks)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 가운데 59.3%는 노인이지만, 40.7%는 50세 미만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의 의사는 총 8만1천11명이며, 1만1천여명이 수도 자카르타에, 1만800여명이 동부 자바에 몰려 있다.
'팬더믹 톡스' 대표자 무하맛 카밀은 "코로나19로 숨진 의사 가운데 12%만 내과, 호흡기내과, 마취과 의사 등 코로나19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였다"며 "숨진 의사의 65%는 자바섬에서 일한 의사"라고 말했다고 CNN인도네시아 등이 보도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달 17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다 숨진 의사와 간호사 22명에게 국민훈장 2등급(Pratama)과 3등급(Nararya)을 추서했다.
한편,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한국인 주재원·교민 확진자가 또 추가됐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 남부에 거주하는 M사 주재원 40대 한국인 남성 A씨가 지난 27일, 한인 대기업 K사 소속 50대 한국인 남성 B씨가 28일 각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와 19일 저녁 함께 한식당에서 식사한 한국 대기업 두 곳 주재원 C·D씨가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서 이날 A씨의 아내는 확진 판정, 아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병실 부족으로 증세가 경미한 경우 입원시키지 않고 집에서 치료받도록 한다.
자카르타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감염자 5명 모두 현지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 격리 상태에서 한인 병원 등에서 약을 배달받아 치료 중이다.
한국인 확진자들은 자진해서 한인회를 통해 동선을 공개했으며, 이들이 다녀간 한인 식당·마트도 줄줄이 일시 영업을 중단했다.
서부 자바주 찌비둥의 LG전자 공장·사무실과 관련해서는 240여명의 현지인 감염자가 확인됐으나, 한국인 감염자에 대해서는 LG전자가 "협력사·공사 관련 업체 한국인 확진자는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교민 불만이 크다.
LG전자는 한국 구미에 있는 TV 생산 라인 일부를 찌비뚱 공장에 이전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LG전자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많은 협력사 직원들이 인도네시아에 출장 와 있던 차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다.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27일 발표한 인도네시아발 한국인 확진자 1명은 LG전자 공사 관련 브카시 거주 인테리어업체 직원으로 확인됐고, 28일 발표한 인도네시아발 한국인 확진자 3명도 LG전자 증설 공사에 참여하던 하도급사 임원과 가족으로 전해졌다.
교민사회에는 "LG전자 협력사·공사 관련 업체 한국인 직원과 가족 가운데 확진자가 계속 나온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날도 '한국으로 들어간 공사 관련 업체 직원 일가족 3명이 또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진위와 이들의 동선을 두고 한인사회가 떠들썩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2천743명 추가돼 누적 17만4천796명, 사망자는 74명 추가돼 누적 7천417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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