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맹추격에 '폭력조장론' 내걸고 유세 재개…경합주 구애경쟁 가열
트럼프 "급진좌파에 휘둘려 폭도 비난못해"…인종차별 항의시위사태 대선뇌관 부상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백나리 특파원 = "누구의 미국이 더 안전한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 사태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장외에서 충돌하는 등 대치전선이 갈수록 첨예해지며 이 문제가 대선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 후 격렬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사건 발생지 위스콘신주 커노샤 방문을 강행하는 가운데 경합주(스윙스테이트)들에서 맹추격 당하기 시작한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로 전격 출격, 공격적 메시지 발신으로 맞불에 나서는 등 물고 물리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법과 질서'를 내세워 시위사태의 폭력성을 부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근본적 원인은 트럼프에게 있다'며 폭력 조장 원죄론으로 반격한 바이든 후보간에 '누구의 미국이 안전한가'라는 프레임 전쟁이 격화되며 현장유세를 통한 격전지 표심잡기 경쟁도 본격 불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만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커노샤 시장과 위스콘신주 주지사 등의 반대에도 불구, 9월 1일 커노샤 방문길에 오른다.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 모두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6대 경합주 가운데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내세워 강경대응을 정당화하는 한편으로 시위 주도세력을 '폭도', '폭력배' 등으로 몰아붙이며 이들과 연계된 급진 좌파에 휘둘리는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무법천지'가 된다는 프레임을 다시 한번 내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시위 사태' 쟁점화를 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초점을 딴 데로 돌려 대응 부실 책임론에 물타기 하려는 셈법이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은 평화 시위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파괴자들에게 정신적 지원을 해줬다"며 "'조 바이든 당'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지역들에서 폭력과 파괴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의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연설에 대해 '이상한 연설'이라고 깎아내리면서 "바이든 후보의 전략은 좌익 무리에 항복하는 것이고 그게 정확히 그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마피아식 화법을 쓰고 있는데 원하는 걸 주면 무리가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되질 않는다. 왜냐면 한번 주면 계속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커노샤 방문 기간 법집행관들 및 일부 사업주들을 만나 피해를 조사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블레이크 가족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다만 매커내니 대변인은 폭력사태 진압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한 발 뺐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델라웨어 윌밍턴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다시피했던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을 하루 앞두고 '폭력시위 조장론'을 내걸고 피츠버그를 방문하는 것으로 현장유세를 재개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가 좁혀며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둔 '로우키 행보'에서 벗어나 한층 공세적으로 나선 것이다.
공격 포인트도 코로나19 대응에서 시위 사태로 무게이동했다.
바이든 후보는 피츠버그의 한 제강공장에서 23분간의 연설을 통해 '독소', '유독성 있는 존재'라는 표현을 써가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혼돈과 폭력을 '응원'하고 조장·부채질했기 때문에 폭력을 중단시킬 수 없다고 맹공했다.
특히 폭동과 약탈, 방화는 '저항'이 아닌 '무법'이라고 쐐기를 박는 한편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 사회주의자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트럼프 밑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증오를 유발하고, 폭력을 더욱 부추기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이렇게 사태를 키워왔기 때문에 폭력을 멈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 재임 동안 코로나19나 경제, 범죄, 인종주의 등에서 얼마나 미국이 위험해졌는지 보여주기 위해 피츠버그를 방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력은 이러한 문제들의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법과 질서'의 허구성을 부각하면서 그가 자신에게 덧씌운 프레임에 말리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현장유세를 재개한 바이든 후보가 이날 연설로 선거운동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해오던 데서 벗어나 '트럼프가 이긴다면 미국 국민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쟁점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유세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방금 바이든이 말한 것을 봤다. 나에게는 그는 폭도와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들보다 경찰을 더 비난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는 폭도와 무정부주의자들과 약탈자들을 결코 비난할 수 없었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그는 급진 좌파인 버니(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자들을 잃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념공세를 되풀이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 바이든 후보의 현장유세 재개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니 지하실에서 일찍 나오고 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의 연설에 앞서 트럼프 캠프의 팀 머토프 대변인은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폭력도 결코 용납한 적 없다"며 폭력은 규탄돼야 한다며 선제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17세의 용의자 카일 리튼하우스에 대해서는 아직 비난하지 않은 상태라고 CNN이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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