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獨 의료진 독극물 중독 증세 주장 연구하기 위한 목적"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통하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중독 증세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 러시아 수사당국이 최근 독일에 나발니의 손톱과 혈액 등 생체 조직 일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과 RBC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지난달 27일 현재 독일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나발니의 생체조직 일부를 제공해달라고 독일 사법기관에 요청했다.
RBC 통신은 러시아 검찰이 독일 사법기관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공문 사본을 자체적으로 입수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자국 내무부(경찰청)의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독일 사법기관에 법률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공식문서를 보냈다.
RBC는 공식문서에 "비교 분석을 위해 나발니의 생체조직(혈액·소변·타액·모발·손톱 일부·구강 내 세포)을 제공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나발니가 약물에 중독된 징후를 보인다고 주장한 독일 의료진의 검사 결과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검찰은 나발니의 생체조직 제공 요청과 함께 20개 가까이 되는 질의 사항을 독일 사법기관에 전달했다.
질의 사항은 독일 의료진의 나발니에 대한 사전 진단자료를 비롯해 독일 이송에서 샤리테 병원 치료에 이르기까지 독일 의료진의 검사내용과 의료기록물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7일 러시아 내무부(경찰청) 시베리아 연방관구교통국 공보실은 "나발니가 지난 20일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에서 입원한 사건과 관련한 수사 전 검증작업(사전 수사)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나발니가 시베리아 지역 방문 당시 묵었던 호텔 객실과 그가 머물렀던 장소 등을 검증하고, 증거물이 될 수 있는 100점 이상의 물건을 압수했다.
또 CCTV 자료 분석과 20가지가 넘는 법의학적, 생물학적, 물리-화학적 분석도 했다.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는 활동과 반정부 시위 주도 등으로 크렘린궁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야권 운동가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발니가 탑승한 항공기는 시베리아의 또 다른 도시인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그는 즉시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22일 독일 베를린으로 이송돼 현지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샤리테 병원 측은 나발니가 살충제나 신경작용제 등에 쓰이는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 그룹의 약물에 중독된 징후를 보인다면서 그가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몸에서 구체적 독극물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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