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한숨 길어지는데 긴급대출 인기 시들…"한도상향 검토"

입력 2020-09-06 06:11  

소상공인 한숨 길어지는데 긴급대출 인기 시들…"한도상향 검토"
1차 한도 아직 넉넉…2차 소진율도 한 자릿수
은행들 줄줄이 금리인하…금융위 "진입장벽 완화 등 조만간 결정"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대출 지원 프로그램의 실행 실적이 시들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대출 한도를 올리거나 중복 지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진입장벽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으며 조만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북새통이던 은행 창구 이젠 한산…1차대출 한도 아직 여유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달 3일까지 실행한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1차 긴급대출) 건수는 모두 7만9천827건, 1조9천824억원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대출 한도는 넉넉히 남아 있다. 우리은행의 소진율이 95%로 가장 높고, 나머지 은행은 아직 60∼70% 수준이다.
대출이 시작된 4월 초기 은행 창구마다 대출 신청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영업점에 파견 인력이 투입됐던 풍경을 떠올려보면 대조되는 상황이다.
1차 대출은 한도 3천만원, 연 1.5%의 초저금리가 적용됐다. 접수는 고신용자(1∼3등급)는 시중은행에서, 중신용자(4∼6등급)는 기업은행에서, 저신용자(7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 나눠 맡았다.

◇ 2차 대출 소진율도 한 자릿수…은행들 "금리 깎아드려요"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을 충당하기 마련된 2차 대출 실적은 더욱 저조하다.
5개 은행과 기업은행[024110]의 2차 소상공인 긴급대출 실행액은 총 5천873억원이다.
2차 대출 규모가 총 10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한 곳인 대구은행을 합하더라도 소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7개 은행으로 창구를 일원화한 2차 대출은 소상공인 1명당 1천만원씩 가능하다. 만기는 5년, 중신용자 기준 연 3∼4%대 금리가 적용된다.
최근엔 은행들이 알아서 금리를 깎아주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대출 실적이 저조하자 상품 활성화에 나섰다.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 95%를 보증하는 구조라 은행 부담이 크지는 않다.
6월 실행분까지 최고금리를 연 2.9%로 제한하기로 했던 하나은행은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이를 12월까지로 연장했다.
우리은행도 6월과 7월에 각각 신용등급별 금리 우대 폭을 각각 0.5%포인트(p) 낮춰 연 2.73%의 최저금리를 적용한다.
국민은행은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연 2.8%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고, 기업은행과 농협은행도 최고금리를 연 2.8%로 인하했다.

◇ 소상공인 더 힘들어졌다는데…"취지 맞게 재정비해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연장되는 등 영세 소상공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소상공인의 자금 갈증은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상품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논평을 내고 '1차 소상공인 신속 대출 시와 같은 1.5% 정책 금융 대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은행권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차 중복 신청을 허용하고, 대출 한도를 높이거나 대출자 요건 등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실행한 1차 대출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2차 대출은 중복 신청이 되지 않고 한도가 1천만원으로 낮아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18일 이후 1차 소상공인 대출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출 가능 소상공인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시 근로자 수, 연 매출액 등 기준을 바꿔 소상공인 지원 요건을 낮추자는 얘기다. 대출 가능 대상을 늘리고 서류 준비와 은행의 확인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대출 한도 상향, 요건 완화 등 보완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쪽 실태와 수요 파악은 마쳤고,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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