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산 급감에 배출가스 줄자 급처분… 4월 고점 대비 반값
산업계 "배출권 가격 변동성·유상할당 증가에 이중고…제도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코로나19 여파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2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2019년 온실가스 할당배출권(KAU19) 가격은 t당 2만1천500원에, 2020년 할당배출권(KAU20) 가격은 2만800원에 각각 마감했다.
지난 4월 초 4만원대에서 불과 4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급락하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2만원대 초반을 기록했다.
배출권 가격은 해마다 점진적으로 상승하다 배출권 신고서 제출 시점을 앞두고 하락하는 양상을 반복한다.
그러나 업계는 최근 가격 낙폭은 유달리 큰 데다, 거래시장 내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기업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부가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하고, 그 사업장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해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다.
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이를 시장에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사야 하므로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배출권 가격은 첫 거래가 시작된 2015년 7천860원으로 시작해 올해 4월에는 4만500원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평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출권 수요가 급감,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가격은 매년 완만하게 상승하다 6~7월 배출권 신고 기한이 임박해 여유 물량이 풀리면 약 20∼30%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 신고서 제출기한인 8월 초에는 1만5천원으로 폭락하면서 무려 70%의 낙폭을 기록했다.
업계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을 배출권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는다.
기업들이 향후 배출권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배출권 여유분을 최대한 오래 보유하다가 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여유분을 내다 팔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배출권 거래량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5월에서 7월 사이 거래량이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수요와 공급이 특정 시점에 지나치게 편중되는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2018년부터 다음 연도 이월 가능한 배출권 물량을 제한하는 상한제 및 배출권 경매제도를 시도했으나, 거래량 쏠림 현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시작되는 3차 계획 기간(2021~2025)에는 할당량의 일부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유상할당 비중이 3%에서 10%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발전·에너지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약 5천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한전의 모 발전 자회사의 경우 배출량만큼 할당량을 받았을 때 유상할당량은 기존 150만t에서 500만t까지 늘어나게 되며, 부담하는 비용은 현재 300억원에서 최대 2천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유상할당량 증가로 인한 부담에 가격 변동으로 인한 비용 불확실성도 감당해야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배출권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배출권 여유분을 가진 기업의 매도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배출권 수급 상황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배출권 여유분을 신고서 제출 시점이 아닌 중도 판매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강조했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