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안락사 요청해왔으나 거절…항의 차원에서 생중계 시도
페이스북 "스스로 목숨 끊는 시도 중계 허용 못 한다"며 차단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해온 불치병 환자가 마지막 항의 수단으로 죽는 순간을 '온라인 생중계'로 전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의 차단으로 무산됐다.
동맥의 벽이 서로 붙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알랭 콕(57)은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음식과 수분 섭취를 완전히 멈추고 영원히 눈을 감을 때까지 이를 중계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종의 자택 침대에 누운 채 진행한 페이스북 방송에서 그는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며 "앞으로 힘든 날들이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마음을 정했고 평화로운 상태"라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페이스북은 몇 시간 뒤콕의 '마지막 모습'을 예고한 방송을 차단하며 "이 영상이 폭력적이거나 품위를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16세 미만 미성년자는 보지 않기를 권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콕은 곧바로 "페이스북이 9월 8일까지 방송을 막았다"고 알리며 페이스북 프랑스지사 주소와 함께 "이제 당신들에게 달렸다"는 글을 올렸다. 댓글에는 "내가 알랭 콕이다"라는 글귀가 잇달아 올라왔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AFP에 콕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보여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게 사칙이라며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생중계를 막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콕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수가 있도록 약물 투약을 허용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가 프랑스법에 따라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콕이 공개한 마크롱 대통령의 2장짜리 답신에는 "나는 법 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요구에 응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쓰여있었다. 말미에 "개인적으로 당신을 지지하고 깊이 존경한다"는 손글씨도 적혀있었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2005년 제정된 이른바 '레오네티법'은 말기 환자에 한해 치료를 중단할 권리는 보장하고 있다.
이 법은 개정을 거쳐 2016년 8월부터 연명치료를 멈추고 숨질 때까지 수면유도제 투여를 가능하게 했지만, 즉각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물 주입은 여전히 불가하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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