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법원, '왕실비판' 카슈끄지 살해 일당에 징역 20년형 확정(종합)

입력 2020-09-08 09:13  

사우디법원, '왕실비판' 카슈끄지 살해 일당에 징역 20년형 확정(종합)
1심 사형에서 감형…터키 법원에서도 재판 진행중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홍준석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5명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고 국영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영방송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이들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지만, 올해 5월 카슈끄지의 유족이 종교적 관용을 베풀어 사형을 집행하지 말라고 법원에 탄원한 뒤 감형됐다고 설명했다.
살해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나머지 1명은 이날 징역 10년형을, 다른 2명은 7년형을 받았다. 각 피고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의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11명을 기소했지만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최측근 3명은 지난해 12월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석방됐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터키인 약혼자와 결혼하려고 2018년 10월 2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에서 온 '협상팀'에 잔혹하게 살해됐다.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 살해 사건과 관련해 터키 법원에서도 피고인 20명에 대한 재판이 궐석으로 진행 중이다.
이들 중에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였던 아흐마드 알아시리 등 사우디 검찰이 기소한 11명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 사우드 알카흐타니도 포함됐다.
사우디에선 지난해 12월 재판에서 알아시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됐고 알카흐타니는 기소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는 '꼬리자르기'식 판결이라면서 사우디 사법부가 왕실에 종속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판결에 대해 살해사건 발생지인 터키 대통령실의 파흐레틴 알툰 언론청장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법원의 최종 판결은 터키 정부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알툰 청장은 "아직 카슈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그의 죽음을 원했는지, 터키에 협력자가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사우디 법원을 향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법과 양심에 따른 의무이자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면서 사우디 당국에 터키에서 진행 중인 수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 사우디 왕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하지 않았고 사전에 계획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된 일이라고 반박한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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