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호주 측에 수차례 엄정교섭 제기…CGTN 앵커 구금과는 다른 성격"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의 철수에 이어, 중국 매체들이 호주 정보기관의 중국 특파원 주거지 수색 문제를 일제히 보도하는 등 양국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9일 신화통신과 중국신문망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호주 정보기관은 지난달 6월 26일 새벽 호주에 상주하는 중국 매체 3곳의 기자 4명의 숙소를 수색했다.
신화통신은 "호주 정보기관 직원들이 정당한 이유나 어떠한 증거도 없이 기자의 거주지에 갑자기 들이닥쳤다"면서 "장시간 기자를 심문하고, 휴대전화·컴퓨터·USB 메모리 등을 압수해갔다"고 주장했다.
또 정보기관 직원이 중국 기자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비밀을 지키도록 요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매체들은 조사결과 중국 기자들의 위법행위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호주가 내세우는 언론 자유 등에 대해 비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호주 정보기관에서 반(反) 외국간섭법 위반 가능성을 들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중국신문사 기자 4명의 주거지에 들이닥쳐 조사·심문했다"고 확인했다.
이어서 "업무용 컴퓨터 등은 물론 기자 자녀의 아동용 태블릿PC와 전자 장난감도 가져갔다"면서 호주 측이 아직 수색에 대한 합리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물건도 둘려주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수색 대상 4명 중 2명은 기자가 아닌 학자였다는 호주 매체의 보도에 대해서는 "기자가 4명이었으며, 기타 상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오 대변인은 "호주 정부가 중국 특파원의 정상적 보도활동을 심각히 간섭하고, 합법적 권익을 침해했다"면서 "호주가 내세우는 언론의 자유와 인권 보호의 허위성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이미 수차례 호주 측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면서 "호주 측에 즉각 야만적이고 무례한 행위를 멈추고, 다시는 양국 간 인문교류에 어떠한 방해도 말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시기적으로 2개월여 전 발생했지만, 중국매체들은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들의 철수 문제 등이 불거진 뒤 일제히 이 사안을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달 CCTV 영어채널 CGTN 소속 중국계 호주인인 청레이 앵커를 '국가안보를 해치는 범죄활동' 혐의로 구금했고, 이와 관련해 중국 주재 호주 특파원 2명을 '요주의 인물'로 지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특파원은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국가안보' 관련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중국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호주 정부의 도움으로 자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자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당한 법 집행 행위였고, 관련 부문은 엄격히 법을 따랐다"면서 "중국은 관련 법률에 따라 두 기자에 대한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오 대변인은 이날 호주 정부의 중국 특파원 수색과 청레이 앵커 구금 사이의 관련성을 묻는 말에는 "다른 성격의 일이다.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중국과 호주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며 국제사회의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등 여러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거나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며 보복에 나서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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