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부족한 종양 부위서 '암세포 클러스터' 분리, 혈액 타고 이동
종양 혈관 생성 억제하면 전이암도 줄어…바젤대 연구진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처음 생긴 원발암에서 일부 암세포가 전이하면 치료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실제로 암 사망은 대부분 이런 전이암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의 전이는, 특정 부위의 원발암에서 한 무리의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액으로 타고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걸 말한다.
암세포가 포도송이처럼 뭉친 이 암세포 무리, 일명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CTCs)'는 전이암의 씨앗과 같다.
다수의 과학자는 원발암에서 CTCs가 분리되는 걸 차단하면 전이암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원발암의 산소 결핍이 CTCs의 분리와 전이암 생성에 결정적 작용을 한다는 걸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이 밝혀냈다.
이 대학의 니콜라 아체토 생체의학 교수팀은 8일(현지시간) 관련 논문(링크)을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방암이 생긴 생쥐 모델에 실험해, 종양의 부위에 따라 산소 공급량이 다르다는 걸 알아냈다. 유방암은 전이가 많은 암이다.
신생 혈관이 적은 부위의 암세포는 예외 없이 산소가 부족한 상태였다. 선명하게 구분되는 종양의 주변부와 중심부가 특히 그랬다.
종양에서 떨어진 CTCs는 비슷한 정도로 산소 결핍에 시달린 것들이었다.
종양의 산소 결핍 부위에서 CTCs가 떨어져 나간다는 걸 시사한다.
산소 결핍에 내몰린 CTCs는 전이암을 더 빨리 만들고 생쥐의 수명을 더 짧게 줄였다.
아체토 교수는 "협소한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차면, 누군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혈관 신생 촉진 치료법'(proangiogenic treatment)을 쓰면 전이암 차단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종양의 혈관 생성을 자극해 암세포에 대한 산소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유방암 생쥐 모델에 적용해 봤더니 예상대로 CTCs 수가 줄고 암세포 전이도 덜 생겼다.
하지만 원래의 종양은 눈에 띄게 커졌다.
혈관이 많이 생기면서 산소 공급도 늘어나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종양의 혈관 신생을 막는 게 중요한 암 치료 표적 역할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도 연구팀은 임상 시험을 검토하고 있다. 종양의 특성은 암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세토 교수는 "종양에 대한 산소 공급 개선 물질을 단독으로 투여하거나 다른 약물과 병행 투여하면 유방암의 전이암 생성을 억제할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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