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운용 줄고, 중국으로 쏠림 현상"…북미 동안 운임 2009년 이후 최고
무역협회 "업계 의견 수렴해 정부에 건의 검토"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국내 수출기업들이 컨테이너선 부족과 운임 급등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상운송 비용마저 올라 이중고를 호소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미 항로를 중심으로 아시아발 컨테이너 운임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 시황을 객관적으로 반영한 운임 지표인 중국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이달 4일 기준 1320.8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치였던 지난 4월(818.16)보다 5개월간 61.43% 급등했다.
이달 8일 기준 중국에서 북미 동안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천538달러, 북미 서안으로 향하는 운임은 3천758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최근 3개월간 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북미 동안 운임은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 기업들은 올 상반기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물동량 감소로 줄였던 선박 운용 규모를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항로에 컨테이너 선박 운용을 줄여 운임을 높였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에 집중적으로 선박을 배정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현지에서 화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면서 "중국업체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밀린 화물을 선적하려다 보니 글로벌 선사들이 한국에 대한 선박 배정은 줄이고, 중국은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발 7월 컨테이너 화물 수송량은 103만7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작년 7월보다 3% 증가했다.
중국으로 컨테이너 선박 쏠림현상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이 부족해 수출도 지연되고, 이들 수출 물품을 가공해야 하는 해외공장들의 가동도 지연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출 기업들은 연간 계약을 통해 저렴한 운임으로 선복(컨테이너 적재능력)을 확보해놓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선복이 부족한 상황에선 별도의 할증료를 내면서 화물을 싣는 처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 센터에 따르면 할증료는 선사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700∼1천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코로나 여파로 화학·철강·자동차·의류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의 수출 부진이 심각한 가운데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까지 겹치자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복량 회복에 따른 운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쇼크'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는 수출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면서 "여러 의견을 들은 뒤 해양수산부에 건의할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등하자 주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를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도 운임 급등에 문제 의식을 가진 것 같다"면서 "국가 간 공조를 통해 해외 선사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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