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위험 줄이기 위해 우리의 몫을 분명히 다해야 할 사안"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의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 규탄하는 것은 삼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에 대한 규탄의 수위를 한단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 벤 샤피로와의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와 관련,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종류 행동의 실체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 세계 사람들이 반체제 인사에 대한 독살 시도를 목격하고, 이 시도가 실제로 러시아 당국자들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한다면, 이는 러시아 국민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나발니에 대한 독살시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게 하길 원하며, 미국도 가해자를 확인하려고 시도하겠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는 우리가 자세히 살펴야 하고, 평가하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위험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우리의 몫을 분명히 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며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 규탄하는 것은 삼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독일의 발표에 대해 "사실이라면 매우 화날 것"이라며 "비극적이고 끔찍하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미국 하원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한 뒤 나왔다.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는 독일 병원으로 옮겨진 뒤 18일 만인 지난 7일 의식을 되찾은 상태다.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독극물에 공격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의 흔적이 없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구소련시절 사용되던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냉전 시대 말기에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은 신체에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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