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 표현으로 미국에 불만…"위기와 기회 공존" 주장
화웨이, 검색 엔진 분야도 진출…사업 다각화 '총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은 화웨이가 은유적인 표현을 동원해 에둘러 미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오후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대회 발표를 끝맺으면서 "어떤 사람도 하늘 가득한 별빛을 꺼트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개발자가 화웨이가 모으려는 별빛"이라며 "화웨이는 중국 개발자들이 세계로 나가는 것을 도움으로써 중국에서 틱톡과 같은 세계적인 응용 프로그램이 더 많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위 CEO의 이 같은 발언은 화웨이가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해 스마트폰에 독자 개발한 운영체계(OS)인 '훙멍'(鴻蒙·영어명 Harmony)을 적용하겠다면서 더 많은 개발자가 자사 생태계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다분히 자사를 벼랑 끝으로 몬 미국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작년 5월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 초기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자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식으로 자신만만 태도로 일관했다. 화웨이의 이런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해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의 제재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중국통신사에 따르면 왕청루(王成錄) 소비자 부문 소프트웨어 담당 총재는 개발자 대회 행사 일환으로 전날 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반도체 제재'와 관련한 회사의 간략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반도체 칩 문제가 기술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다"며 "화웨이가 이 문제에서 일정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추호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왕 총재는 "제재는 모두에게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며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래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5G 네트워크 구축 분야에서 선도 업체인 화웨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중요한 정보가 중국공산당에 흘러갈 수 있다면서 세계 각국에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배제하라고 촉구 중이다.
반면, 중국 정부와 화웨이는 이런 미국의 문제 제기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노력 외에도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제품 연구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사지 못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작년 5월 시작된 이래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이달 15일부터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세계의 거의 모든 반도체 부품을 새로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서 당분간 대량 비축한 재고에 의존해 생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화웨이는 전날 검색 엔진을 새로 공개하면서 새 사업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주력 사업 분야인 이동전화 기지국 설비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 가전 부문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생존을 위해 사업을 검색 엔진 등 다양한 분야로 넓혀 나가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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