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바이러스 양 상당…확산 초기였다면 다른 양상으로 전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원 입원 치료를 받는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3) 전 총리가 바이러스 확산 초기인 3∼4월 감염됐더라면 사망했을 것이라고 그의 주치의가 밝혔다.
베를루스코니가 입원한 밀라노 산 라파엘레 병원 전문의의자 그의 주치의로 일하는 알베르토 잔그릴로는 10일(이하 현지시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잔그릴로는 방송에서 "검사 결과 베를루스코니를 감염시킨 바이러스의 양이 상당했다. 3∼4월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였다면) 바이러스가 그를 죽음까지 몰아갔을까? 분명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베를루스코니도 그것을 안다"면서 "이는 그가 처한 상황을 과장하기 위한 우스갯말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국가로, 3∼4월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을 찍으며 하루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처참한 상황을 겪었다.
최근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 '핫스팟'인 사르데냐섬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직후 확진 판정을 받은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3일 밤 발열·기침을 동반한 폐렴 초기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일반 병실에 있는 그는 코로나19 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나며 현재는 상당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잔그릴로는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8일 밤 측근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지옥 같은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며 "매우 나쁜 바이러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낸 인물로 우리나라에 이름이 알려진 몇 안 되는 이탈리아 정치인 가운데 하나다.
자신이 직접 창당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orza Italia·FI)를 기반으로 지금도 활발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8만3천180명, 사망자는 3만5천587명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천597명, 사망자는 10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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